'영화 고르는 재미가 있는 곳, 인천 주안'.
인천시 남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지난달 30일 인천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 '영화공간 주안'을 개관, 이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영화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남구는 지난해 5월 경인전철 주안역 인근 멀티플렉스 극장 '프리머스(구 맥나인)' 7층 5개 영화관을 구입, '영화공간 주안'이 자리잡게 만들었다. 특히 여타 극장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된 관람료 4천원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며 영화팬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아울러 예술영화팬만을 위한 작품 상영이 아닌 추억의 한국 영화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가가는 극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영화관뿐만 아니라 주민 공연시설로 운영 중인 '컬쳐 팩토리'와 오는 7월 초 영화관 아래층에 개관 예정인 주안 영상미디어 센터까지, '영화공간 주안'은 그야말로 인천 남구의 영화관련 종합시설로 발돋움하게 된다.

인천 유일의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개관한 '영화공간 주안'. 현재 상영 중인 작품들은 김기덕 감독의 최신작 '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하나'와 '아무도 모른다'를 비롯한 일곱 작품으로 4개 상영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1관에서 상영 중인 '숨'은 김기덕 감독의 14번째 작품으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작에 선정된 영화다. 베니스와 베를린영화제에 이어 칸까지 세계 3대 국제영화제를 섭렵하려는 김 감독의 흥미로운 도전이 깔린 '숨'은 송곳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하는 말 못하는 사형수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연은 우연히 TV에서 형 집행일이 오기 전에 반복적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사형수 장진에 대한 뉴스를 본다. 연의 우발적인 면회신청으로 시작된 둘의 만남. 넓고 아름다운 집에서 남편과의 관계 때문에 숨이 막혀있던 연과 예정된 죽음으로 스스로 숨을 막으려 했던 장진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꼬이고 막혀있던 각자의 욕망을 풀어나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두 작품 '하나'와 '아무도 모른다'는 3관에서 번갈아 상영되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원더풀 라이프' 등을 연출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아이돌 스타 오카다 준이치와 만나 유쾌한 사무라이 시대극 '하나'를 완성했다. 영화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에도의 한 마을에 정착한 주인공 소자에 초점을 맞춘다. 소자는 복수를 위해 이 마을로 오지만 순박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마음이 순화되어 감을 느낀다. 그는 어린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을 더 즐거워하게 되며 마을 사람들의 배려에 감사해 한다.

'아무도 모른다'는 2004년 12세의 나이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야기라 유야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도쿄 변두리의 작은 아파트에서 엄마 없이 살아가는 네 아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실화를 기초로 한 영화는 아버지와 4남매의 삶을 통해 도심속 생존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2관에선 '씨 인사이드'(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나가시마 테츠야 감독)이 교대로 상영되고 있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3국에서 공동 제작한 '씨 인사이드'는 2005년 아카데미영화제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불량공주 모모코'를 연출한 나카지마 테츠야 감독 작품. 나카지마 감독은 '역도산' '전차남'에서 열연한 여배우 나카타미 미키와 만나 한 인간의 일생을 격정적인 코미디 멜로 뮤지컬로 그려냈다. 이밖에 4관에선 한국 고전 '바람불어 좋은 날'(이장호 감독, 1980)과 칠수와 만수(박광수 감독, 1988)가 관객들을 맞고 있다.

바야흐로 주안역 일대는 영화 메카이자 영상문화지대로 발돋움하고 있다. 기존 영화관들인 CGV, 프리머스와 함께 '영화공간 주안'은 독자적인 영역에서 존재하며, 영화팬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영화공간 주안의 김정욱 프로그래머는 "앞으로도 2개관 정도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운영될 것이며, 개봉작 상영도 1개관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5월 30일부터 현대 미술에 한 획을 그은 미국의 유명화가 엔디 워홀의 창작 활동을 영화화한 '팩토리 홀'과 6월 중순부터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오 마이 보스' 등이 상영될 예정이며, 테마전은 물론 지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전도 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문의:(032)427-6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