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부터 김해, 부산, 의정부 등 일부 도시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경량전철 사업이 근래에 이르러 각 지자체들의 경쟁적 도입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용인시가 일찌감치 공사에 들어간데 이어 의정부, 광명 등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수원, 김포, 성남, 부천, 고양, 시흥, 안양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바야흐로 경량전철 시대다.

그러나 경량전철은 어떤 운행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갈릴 수 있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경관적 측면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에대한 깊이있는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이에 경량전철 각 시스템별 장단점을 분석하고 국산 경량전철 도입 가능성을 타진한다. <편집자주>

▲ 한국형 경량전철
■ 왜 경량전철인가

경량전철이 21세기 도시교통 수단으로 주목받는 것은 크게 경제적, 환경적 그리고 미관적 측면에서의 우월성 때문이다. 이는 중량전철(일반 도시철도)과의 비교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경량전철의 건설비용이 중량전철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부분의 중량전철은 대형차량과 다량편성(6~10량)으로 인해 대형구조물에 의지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토목·건축비용이 많이 든다. 또 미관상, 교통상 문제 등으로 도심구간에서 지상건립이 어렵고 지하로 건설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중량전철의 경우 1㎞당 건설비용이 600억~1천억원에 이르지만, 경량전철은 1㎞당 300억~500억원 정도다. 경량전철의 건설비가 중량전철보다 반 정도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운영비용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경량전철은 첨단 무인자동운전 및 무인역사 시스템을 채택, 운영요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유인운전을 기본으로 하는 중량전철에 비해 장기적으로 운영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경량전철은 중량전철보다 파량의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 역 간격을 좁힐 수 있으며 뛰어난 곡선주행 및 등판능력으로 도심 밀집지역까지 노선설계가 가능하다. 그만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짧은 운행간격과 신속성으로 이용객의 편의를 증대시킨다.

기계적 측면에서도 동력전달 방식과 주행방식을 주변 여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노선의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시스템 도입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경량전철의 친환경성과 미관적 우수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경량전철 구조물은 중량전철보다 작고 소음과 진동,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또 중량전철이 육중한 구조물을 설치해 경관을 해치는 반면, 슬림한 경량전철 구조물은 시각적 차단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오히려 도시의 명물로 거듭날 수 있다. 전철차량 자체도 각 도시의 이미지를 반영해 디자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경량전철의 장점으로 인해 많은 자치단체가 중량전철을 고집하기보다는 경량전철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또 기존 중량전철망이 건설돼 있는 지역의 경우 중량전철이 간선 역할을 하고, 간선과 간선을 잇는 지선역할로 경량전철을 신설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규모 위락단지, 첨단업무시설, 공항단지 등 특화지역에서 단지 접근성과 미관적 우수성을 고려해 경량전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산 경량전철 가능한가
경량전철에 대한 국산화를 정부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중량전철의 과도한 건설비용과 도로용량 포화로 고심을 하던 정부가 경량전철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몇몇 자치단체가 경량전철 사업을 검토하는 수준의 초보적 단계였다. 물론 대부분 일본, 독일 등 외국 시스템을 수입하는 데 주력했다. 중량전철(일반 전철) 도입 초기에 수입 차량 및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수많은 불합리를 겪어왔던 정부로서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경량전철의 국산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도 했다.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이 되어 1998년 본격적인 한국형 경량전철 개발사업에 착수한다. 경량전철의 핵심인 차량시스템은 30여년간 전동차를 만들어온 (주)우진산전이 맡았다.

사업비는 국비 370억원을 비롯해 총 505억원이 투입됐다.

이렇게 해서 2005년 탄생한 것이 바로 한국형 표준 고무차륜경량전철인 K-AGT(Korea-Automated Guideway Transit)다. 그 동안 전 세계적으로 무인 고무차륜경량전철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단 3곳뿐, 국내 기술진이 일궈낸 쾌거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많은 경량전철 종류 중에서 왜 고무차륜경량전철을 표준형으로 개발한 것일까. 건설·운영비 절감과 안정성 및 승차감 등에서 고무차륜경량전철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러한 이유에서 세계 경량전철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고무차륜 차량이 차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무인운전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고무차륜 차량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차량 개발에 성공하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곧바로 시험운행에 들어갔다. 동력전달 시스템 등 핵심부품을 비롯해 전체 차량제작 기술의 국산화율이 90%를 넘어,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의 이름뿐인 국산화가 아닌 명실상부한 한국형 경량전철이 탄생한 것이다.

시험운행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시험운행은 세계적으로 안정성이 입증된 프랑스 릴르시의 시험운행 방식을 준용해 그동안 6만8천㎞를 운행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실제 운행조건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엄격한 테스트를 K-AGT가 성공적으로 수행함에 따라 "사실상 기술 검증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2005년 부산시가 전격적으로 지하철 3호선(반송선)에 K-AGT를 채택, 오는 2010년 첫 국산 경량전철의 개통을 눈앞에 뒀다.

현재 국내에서 건설 중이거나 시스템이 확정된 6개 노선 중 4개 노선에서 고무바퀴 경량전철이 채택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이들 사업 대부분이 K-AGT가 개발되기 전에 시작돼 수입 차량에 의존하고 있지만 부산 반송선을 필두로 K-AGT의 기술력이 입증되며 향후 국내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세계시장 진출도 모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