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산 중턱에 자리잡은 이 요양원은 천주교 수원교구가 운영하는 '사강복음자리'. 송이양은 매주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천일염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웃음을 할아버지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인연을 맺기 시작해 벌써 고3 수험생이 됐으니 이젠 자원봉사자라기보다 가족이나 다름없게 됐다. 산 아래 마을에서 이곳 사강복음자리까지는 걸어서 50분 거리. 구불구불 외진 산길을 그렇게 혼자서 5년 동안이나 걸어다녔다.
원장인 라파엘라 수녀는 "한 두 번 재미삼아, 자원봉사 점수 때문에 오다 그만두겠거니 생각했는데 송이양은 달랐다"면서 "이젠 살림꾼이 다 됐다"고 말했다.
집안일 뿐만이 아니다. 머리에 질끈 수건을 둘러매고 밭일도 열심이다. 고3 여학생이라기보다는 영락없는 시골아낙의 품새다. 이렇게 한바탕 요양원 안팎을 휘젓고 난 뒤에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할아버지들의 옛 추억을 졸라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할아버지들에게도 이제 송이양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새끼(?)'다.
송이양은 "처음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라기에 별 생각없이 왔는데 지금은 이곳이 너무 좋다"면서 "수녀님과 할아버지들을 만나면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일주일에 한 번 늦잠자기에도 시간이 아까운 고3 수험생이지만 송이양의 표정에서 그런 부담감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시골 외갓집에 놀러온 손녀딸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꼭 이러할까.
송이양은 연방 싱글벙글이다.
역사학과에 진학해 역사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소녀, 전송이양은 "대학가면 더 멀어지긴 하겠지만 오히려 고3 때보다 시간은 많겠죠. 더 자주 놀러올 수 있을 거예요"라고 6월 햇살에 사각사각 빛나는 새하얀 천일염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