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아직도 선거 때면 가장 진보적인 정당의 후보를 찍어요."

   하석용(58) 유네스코 인천광역시협회장은 부친이 아직도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를 주창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범 김구와 조소앙 선생 때문에 우리 가족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부친이 역대 정권의 요시찰 인물이 되면서 그와 가족들은 늘 가난에 허덕여야 했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엘 진학할 수 없었어요. 생계 때문이지요. 벽돌공장에서도 일하고, 전봇대 전기공으로, 솜털공장 공장장으로, 하역회사 경비원으로 온갖 일을 전전했습니다."

   젊었을 때의 고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는 공무원 생활도 했다. 부친이 요시찰 대상이었지만 그가 공무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라고 했다.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연좌제를 폐지했기 때문이었다.

   "아버님은 김구와 조소앙 선생을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결정되신 분이에요. 결국 당신의 신념만을 위해 가족을 고생시킨 꼴이지요. 어쩔 때는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사회운동에 매달리고 있다.

   "요즘 사회를 보면 아버님과 같은 선대가 살아 온 세월의 상황이 지금까지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게 모두가 지식인의 책임 아닐까요. 그래서 여전히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앞으로 서로가 '적'으로 싸우지 않고 공존하며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진오기자·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