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다 앞선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경기도의 역사를 되짚어본 '다시보는 경기산하' 시리즈에 이어 31개 시군의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바라본 길의 모습은 마치 생명처럼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고 길의 대서사시는 철저한 현장답사와 함께 충분한 사료 검증 작업을 거쳐 생동감 넘치는 기승전결로 풀어나갔다.
서울을 중심으로 사통팔달로 뻗어 나가는 길의 궤적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방대했다. 따라서 역(逆)으로 경기도 경계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쳤다.'길, 그곳으로 가다'의 긴 여정은 ▲양평로 평해로 ▲광주로 여주로 봉화로 ▲용인로 음죽로 동해로 ▲수원로 해남로 ▲남양로 ▲강화로 ▲파주로 의주로 ▲연천로 삼방로 ▲포천로 경흥로까지 각 구간별로 육로·해로·수로 등을 모두 포함해 유기적인 동적 구성을 바탕으로 필진들의 해박한 지식을 가미해 독자들에게 현장감있고 쉽게 전달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정승모 지역문화연구소장, 염상균 역사탐방연구회 이사, 한동민 수원시 문화관광과 전문위원, 김종혁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정수자 시인·아주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과 조형기 경인일보 편집위원 등 고정필진을 비롯해 각 구간별·지역별 상세한 설명을 위해 해당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향토사학자 등 전문가들의 해설을 함께 실어줌으로써 글에 재미를 더했다.
'길, 그곳으로 가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경기 지역의 길을 매개로 해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모습 사이에 얽힌 연관성을 되짚어 본 그야말로 '경기실록'이라 할 수 있다. 2년에 걸쳐 숨가쁘게 달려온 시리즈는 지난 5일 가평의 막다른 길 양구로를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리고 아쉽게도 길 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여운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역사를 배우려는 많은 이들은 아직도 '길, 그곳으로 가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남겨줄 이 귀중한 현장의 역사기록을 더욱 상세하고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해 수천리길을 달려온 필진들의 값진 땀이 경기 전역에 묻어있음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정승모(지역문화연구소장)

처음 길 시리즈를 기획할 때 경기도내 얽히고 설킨 길의 다양성, 길의 기능이 각기 다른 점에 주목하고 본래의 기능과 구조, 형태에 맞는 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미 3년간 연재된 '경기 산하'시리즈에 참여했던 몇몇 필진이 중복되면서 내용까지도 겹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길을 주제로 선택함에 있어 경기도는 충분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를 거치지 않으면 서울이나 어디든 어떠한 길로도 이어질 수 없다.
서울만 보면 길의 본질이 없고 경기도를 벗어나면 길의 기능은 퇴색된다.
지금의 길이 서울 중심으로 방사선처럼 퍼져나가면서 경기도가 의외로 북부 서부 남부가 다르고 각 지역별로 길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요즘 서울과 경기를 둘러싼 외곽순환도로가 생기면서 새로운 변화가 기대된다.
특히 굳이 서울을 거치지 않더라도 경기도 지역의 외곽을 따라 소통이 잘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외곽도로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경기도의 소통은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과거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환경파괴나 옛길의 무력화라는 측면의 부정적 이면도 있지만 지금의 경기도가 갖고 있는 남·북부의 소통, 동서부의 소통이 새로 개발되는 길로써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상균(역사탐방연구회 이사)

경기산하부터 길까지 6년여동안 집필해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우연의 일치인지 '경기산하' 시리즈에서 아쉽게도 빠지거나 지나쳤던 부분을 '길' 시리즈가 충분히 보완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기존의 시리즈에 참여했던 필자들이 중복된 부분이 있어 경기산하에서 다뤘던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중복되지 않도록 길 자체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길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전에 수많은 길에 담긴 역사적 배경을 다룬 자료가 부족해 답사활동에 적극 참가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무차별한 개발로 사라진 길을 찾으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큰 길(大路)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지선과 소로를 지나쳤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도 충분한 자료와 지도를 바탕으로 현장답사를 통해 미흡했던 점을 보완한다면 실증작업을 거친 충분한 역사적 자료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동민(수원시 문화관광과 전문위원)

길은 소통이다. 문화의 흐름이자 생활의 동력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길은 사람을 철저하게 소외시킨 길이다. 길을 따라 사람이 자유롭게 두팔을 휘저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따라서 이 땅의 문화가 배제된 채 궁극적으로 경제적 편리함만이 강조된 무미건조한 길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길은 단순히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곳이 아니다.
중앙집권이 완성된 고대 이래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 따라서 모든 것이 서울로 향하는 중앙집중 방식의 괴롭힘은 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또 다른 고통은 북쪽으로 향하는 모든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섬보다 더 고립된 형태의 비정상적인 길을 60여년 동안 방치한 채 비겁하게 살아오고 있는 셈이다.
전통시대 또 다른 중요한 길은 물길이다. 이러한 물길 및 바닷길을 다루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경기도는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안성천 문화권으로 대별된다 할 수 있다. 커다란 문화권은 물길을 통해 형성되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물길을 사용하지 않았던 탓에 배가 드나들던 나루터와 나루를 향한 주막과 마방 등의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길은 뚫리고 있다. 새로운 역사와 문화가 생성되고 움직여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 길들은 어떠한 문화와 역사를 담고 흘러갈까 짐짓 궁금하다.
길, 그것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가 담긴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혁(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옛길은 일종의 역사적 유물이면서도 박물관에 박제되어 전시되지 않는, 현장에 살아 있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길, 그곳으로 가다' 기획연재는 충분한 의미를 지녔다고 평할 수 있다. 더구나 지역개발이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경기도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옛길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 연재의 시점도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획 연재를 끝내는 시점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획기사는 경인일보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해야할 의무이자 시대적 요청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 연재에 이어 새롭게 다룰만한 주제로는 '경기의 들판'이 떠오른다. 이미 '경기의 산하'를 다룬 적이 있었지만 사실 말 그대로 산과 하천을 중심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들(평야)에 초점을 맞춘다면 더없이 좋은 자료로서 남을 듯하다. 예컨대 강화 석모도의 송가평이나 철원 용암대지 위에 펼쳐진 철원평야, 그리고 남양 홍법리 마을 앞의 들은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생활모습과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역시 길과 함께 이어온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 미래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수자(시인·아주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길'연재를 시작하면서 끝나는 순간까지 길이 바뀌는구나,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걸까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길이 주는 느낌. 길이 사람의 삶과 얼마나, 어떻게 연결되어지는지 나름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금강산 가는 길(경흥로)의 흔적을 찾아가는 길목에선 '그대로 북한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막힘없이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언제쯤이면 아무런 막힘과 제한없이 우리의 길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올까.
마지막 답사구간이었던 가평길. 마지막 길이라는 생각에 2년간의 열정이 담긴 대단원의 글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그 길은 한창 연결구간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끝이 없는 길, 그곳에서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길 연재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우리의 역사와 향수, 추억이 담겨있는 길. 그저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 추억이 있다.
급변하는 시대속에서 무조건 크고 넓게만 만들어지는 길은 너무 역사를 쉽게 버리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조금은 돌아가고 더디더라도 길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
#조형기(경인일보 편집위원)

길에 대한 의미를 찾는데 있어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더욱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길이 지나는 길목에 역사가 살아있는 공간마다 역사적 테마를 마련해 정비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아직은 너무 부족해 아쉽다.
무차별한 개발속에서도 과거의 우리의 삶과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길을 보존하고 개발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때다.
수천장 사진을 찍으면서 더욱 생생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기에 길 시리즈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옛 길에 대한 추억과 회한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지역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과 2~3년만에 산과 들이 사라지고 길이 없어지는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되짚어본 기회였다.
길에 대한 추억을 더듬는 작업과 함께 앞으로 길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창구로서 '길, 그곳으로 가다'는 더없이 훌륭한 기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