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생이 매달 한번식 헌혈 봉사를 펼치는 안양 성문고등학교에서 지난 20일 RCY단원 등 학생들이 헌혈을 하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앗! 아야~."
지난 20일 안양 성문고등학교 5층 중앙 봉사관 강당. 여기 저기에서 팔을 걷어붙인 학생들의 신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은 성문고 RCY 학생 37명을 포함한 전교생이 한 달에 한번 헌혈 봉사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김선진(18)양은 "팔은 바늘에 찔려 따끔 하지만 내 혈액이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더 큰 사랑으로 쓰여진다면 그것만큼 뿌듯하고 행복한 일은 없죠"라고 했다.

성문고 RCY의 '사랑 나누기'의 시작은 지난 200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혈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홍우석군을 위해 성문고교 친구들 150명이 '헌혈 봉사반'을 구성, 헌혈 봉사를 했던 것.

이후 헌혈 봉사반은 '성문고 RCY'로 거듭났고 이후 안양시 청소년 우수봉사동아리(2005·2006년), 경기도 청소년 봉사단 상(2005년)을 받았고 급기야 2007년에는 경기도 청소년 진흥센터 우수동아리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강태호(32) 지도교사는 "단순히 정해진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는 것보다 직접 실천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참된 봉사 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라며 "대학 입시만 중요시하는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사회속의 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라고 강조했다.

수원역 헌혈의 집과 안양 평촌 헌혈의 집을 방문해 헌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봉사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근에 홀로 사는 나상순(70) 할머니를 방문, 설거지며 집안 청소 등 자질구레한 일들을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성문고 RCY 1학년 단장인 박재은(16)양은 "1주일에 한번씩 5~6명씩 봉사활동을 하니까 1~2달에 한번 밖에는 못찾아 뵙는 셈이에요. 일이 서툴러서 실수도 연발이죠. 그래도 할머니께서 '찾아와 주는 것만도 고마워'라고 등을 토닥여 주실 때에는 너무너무 행복하고 보람차요. 할머니는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하시거든요"라고 했다.

격주로 쉬는 '토요 휴업일'에는 범계역 앞에 나가 '헌혈 캠페인'도 한다.

"사랑을 전하는 헌혈하고 가세요. 잠깐 시간을 내 주시면 많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 보지만 정작 헌혈을 하는 일반인들은 많지 않다고 했다.

손진(16)양은 "헌혈 운동을 할때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 오빠 언니들에게 아무리 큰 소리로 호소해도 전혀 듣지 않았어요. 섭섭했죠. 그러던 차에 한 어린이가 '헌혈할 수 있어요?'라고 묻더라구요. 너무 놀랐어요. 어린 나이에 헌혈을 하려고 하다니. 연령 제한 때문에 헌혈을 하진 못한다고 얘기해 줬더니 너무 아쉬워 하더라구요"라고 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고등학생으로서 공부를 해야할 때인데, '너무 노는 것이 아니냐', 심지어 '헌혈시 에이즈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등의 말도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헌혈 및 봉사를 통해 얻은 기쁨과 성취감은 공부 이상의 가치를 이끌어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강태호 교사는 "봉사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기회와 정보 부족"이라고 단언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지역사회 내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충분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바람에 실질적인 참여 활동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최근 성문고교에서 단체 헌혈에 참가한 학생은 전교생의 85%에 달하고 있다.

강 교사는 "꾸준한 RCY 헌혈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실제 사례라고 생각한다"라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정, 학교, 봉사기관 및 단체들의 관심과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