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를 발가벗겨라.'
요즘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둘러싼 의혹 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 처남의 20년전 부동산 거래 내역이나 주민등록 이전, 이 전 시장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고도제한 완화 및 뉴타운 지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박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재직시 비리 의혹과 고 최태민(1994년 작고) 목사의 비리 관련 자료가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이 점차 다가오면서 양 진영은 언론과 당 검증위원회에 제출된 자료 등을 놓고 서로 비리 의혹을 들추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전시장측은 자신과 친인척의 수십년전 재산, 즉 민간인이 취득할 수 없는 자료 등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권력기관의 개입없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대정부 공세에도 과녁을 겨냥하고 있다.


李 본인·친인척 재산 - 朴 영남대·정수장학회·최태민목사 '단골메뉴'

#이명박 부동산 투기 의혹
▲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인 김재정씨의 법률대리인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향신문이 제기한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이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가 1982~91년 사이 전국에 걸쳐 47곳의 부동산을 보유했고, 부동산 매입의 대부분은 간척공사·신항만 공사 등 대형 개발 계획과 맞물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한겨레신문은 이 전 시장이 서울시장 취임 직후 자신의 건물 두 채가 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의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했고, 서울 은평구 뉴타운 지정때도 자신의 일가 땅을 포함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구마 줄기를 끌어올리듯 이 전 시장 및 친인척 재산 형성 문제가 집중 이어지고 있는 것. 앞서 이 전 시장은 친인척 재산 8천억원설과 BBK의 투자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설이 나돌아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의혹 부풀리기식 공작정치로 규정하면서 "일반인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자료들이 일부 언론이나 여권 인사들에 의해서 무차별적으로 폭로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노골적인 정치공작이 정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X파일

박 전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이사장 재직 시절 비리 의혹이 단골 메뉴다.

영남대 전신인 청구대 이사장의 4남 전재용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정권이 청구대와 대구대 이사장을 협박해 강제 통합해 만든 영남대는 일종의 장물"이라며 "박 전 대표는 1980년 29세의 어린 나이에 영남대 이사장에 취임해 출근도 않고 월급을 받았고,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을 요직에 앉혀 재단과 대학을 사기업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표와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재산 증식 연루설도 도마에 올랐다.

당원인 김해호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표가 영남대 이사장 및 이사 시절 학교 공사 발주 대가로 건설회사에서 리베이트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또 "박 전 대표가 육영재단 이사장이었지만 최태민 목사와 그 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주요 자리는 최 목사의 친인척과 하수인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반인 접근 불가능한 자료들… "권력기관 개입" 한나라 檢수사의뢰

#이·박 X파일 실체 있나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및 이사 시절 비리의혹을 제기한 전재용씨가 6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에 '증거자료'를 추가제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이른바 'X파일'이 논란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근 일부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공개된 이 전 시장과 친인척의 주민등록 번호 및 재산 변동사항 등에 대한 구체적 명세와 박 전 대표와 가까웠던 최태민 목사에 관한 자료 등을 'X파일'로 지목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두 대선 주자의 도덕성 관련 의혹이나 공약에 대한 분석 등을 담은 정부 자료가 실제 유통되고 있는 만큼 유출 경위와 배경 등을 국정원이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주자에 대한 국정원의 자료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접근했는지를 기록한 7개월치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X파일'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해 주면 국정원이 정치에 휘둘리게 된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와 관련된 국정원 자료를 누가 열람했는지라도 알려 달라" "정치인 관련 자료를 폐기하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같은 이유로 거부했다.

 
 
#자료 유출처는 어디?

이 전 시장 처남의 20년전 부동산 거래 내역이나 주민등록 이전 자료 등은 국회의원이라도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 후보와 관련해 유포되고 있는 최태민 목사 의혹 자료는 아예 출처가 중앙정보부로 되어 있다. 권력자나 권력기관의 개입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먼저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은 국세청이 관리하는 '국세통합시스템'(TIS)에 나온다. 이 시스템에 주민번호나 사업자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부동산 거래 내역, 납세액까지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구축됐지만 그 이전 거래 자료도 검색할 수 있다.

행자부의 부동산정보관리센터에도 개인의 부동산 보유 실태가 정리된 자료가 있다. 부동산 거래 내역 자료는 없다. 센터는 매년 주택분(8월)과 토지분(10월) 종부세 부과를 위한 자료를 정리, 국세청에 과세자료로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고구마 줄기뽑듯 흘러나오는 자료의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

안상수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정치공작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는 "민의를 왜곡하는 공작정치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집권세력의 공작정치 음모를 강력 저지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해 금융사기 연루 및 위장전입을 통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송영길 박영선 김재윤 김혁규 김종률 의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도 이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당 후보 검증은 확실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국민검증위원회는 이·박 두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19일 서울 효창공원내 백범기념관에서 오전(박근혜), 오후(이명박)로 나눠 후보별로 최소 3시간씩 실시할 방침이다. 청문회 질의는 검증위원회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는 후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예민한 사안도 청문위원들이 직접 질의하고 20일 청문회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