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서너개씩의 학원에 다니며 '경쟁체제'에 뛰어드는 요즘 우리 아이들은 좌절에 더 많이 노출되고 무기력함을 더 자주 맛보게 된다. 말로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그림은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다. 아이들은 자기 마음을 움직이고 괴롭히는 것들을 그림 속에 쉽게 담아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위한 영양밥, '미술치료'에 대해 알아보자.<편집자 주>

 
 
6살 준호(가명)는 맞벌이 부부인 부모 아래에서 외롭게 자랐다. 프리랜서인 엄마는 24시간 집을 비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럴때면 준호는 하루종일 놀이방에서 엄마를 기다려야 했다. 엄마의 사랑에 목마른 준호는 놀이방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교실에서 굴러다니고, 손으로 밥을 집어먹고 거실바닥에 그림을 아무렇게나 그렸다. 그런 준호를 보며 걱정하던 엄마는 준호의 손을 잡고 미술치료사를 찾았고, 준호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준호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미술치료사 선생님과의 만남. '언제, 어디서 만나자'라는 선생님과의 약속이 이뤄지는 것을 보며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준호는 "저녁에 데리러 올게"라고 아침에 놀이방을 나섰던 엄마가 저녁에 오지 않는 '쓰라린 경험'을 자주 겪은 바 있어서, 약속이 지켜지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감을 얻었다. 또 준호는 재미있는 색감의 미술재료들을 통해 세상을 향한 소통의 창(窓)도 가지게 됐다. 과자 콜라주를 통해 헨젤과 그레텔의 집도 만들고 신체본뜨기 등 친구들과 접촉을 하게 되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준호는 점차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났다.

 
 
요즘 아이들은 불안, 슬픔, 우울, 공포, 분노 등 억눌린 감정을 공유할 어른이 없어,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고 속으로만 삭이다가 '감정불감증'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버거운 마음과 자기 안에 덩어리진 그 '무엇'을 밖으로 꺼내 실체를 확인하고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고 싶기 때문이다. 미술치료는 아이들의 이같은 어려움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미술치료는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 상담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창작활동을 통해 창조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심리치료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창작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감정을 승화시키는 것이다. 또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인지하고,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외부와 의사소통을 하는 한편 자아 존중감도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치료 중, '난화(亂畵)기법'은 아이들의 창조성을 활성화시킨다. 도화지에다가 마음놓고 낙서를 한 후 그림 속에서 또다른 그림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이 기법은 아이들의 마음속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나비를 찾아내면 '아이가 자유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유추하는 식이다. '물감작업'은 공격적이고 집중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치료방법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종이한장을 주면 그림이 넘친다. 따라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색을 채워넣는 일반적인 물감작업은, 쉽게 선밖으로 물감이 넘어가기 일쑤여서 이런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주기 일쑤다. 따라서 이때 찰흙이나 지점토를 선 부위에다 이어 붙여 일종의 벽을 만든 뒤, 그 안에다가 물감을 칠하게 한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은 집중력이 향상되고 '예쁘게 칠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같은 미술치료는 미술치료사와 아이들과의 '역할교환법'을 통해 협동심도 기를 수 있다. 색칠을 할때도 아이 한번, 미술치료사 한번 교대로 작업함으로써, 아이와 공감을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경기·인천지역 미술치료실은 다음과 같다. ▲Arttherapia 엄마와 딸 미술치료 연구센터=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031)475-0046 ▲수원 윤숙희 미술치료연구 센터=수원시 팔달구 우만2동, (031)213-9916 ▲고양미술치료 연구센터=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031)907-7910 ▲수원푸른교실 미술치료연구소=수원시 팔달구 팔달로1가, (031)243-3508 ▲인천 미술치료센터=인천시 연수구 연수2동, (032)822-0032 
<사진제공 = 수원 윤숙희 미술치료연구소>

그림 진단
태양을 그릴 경우(아동의 모든 것은 아니며 선이나 강조, 위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1. 태양을 두 개 그리는 경우=고집이 세고, 자신만 생각하며 양보하는 마음이 적다.
2. 끝을 뾰족하게 그리는 경우=성격이 예민하고 공격적이다.
3. 후광이 강한 경우=욕심이 많으며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완벽을 추구한다.
4. 후광이 짧고 치밀한 경우=소극적이며 쉽게 말을 잘하지 않는 경우다.
5. 달팽이처럼 돌리는 경우=욕심이 많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
6. 검은색 태양=거부, 반항, 애정부족을 뜻한다.
7. 하얀색 태양=돌아가신 아버지나 아픈 아버지, 또는 아버지에 대한 거부적인 감정을 뜻한다.
8. 큰태양=욕심이 많고 귀여움을 독차지하거나 아버지의 힘이 강하게 느껴질 경우.
9. 구름에 가린 태양=자신이 가정에서 불안하거나 집안에서 엄마가 조금 우세하다고 생각하는 아동.
10. 조금만 나온 태양=자신감이 부족하고, 성격변화가 심하다.
11. 후광끝에다 별을 그리는 경우=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며 자신을 돋보이고 싶어한다.
<자료제공=이명은 미술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