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와 맥주를 혼합해 만드는 이른바 '폭탄주'를 좋아하는 술꾼들에게는 12년산이 인기다. 룸살롱에서 판매하고 있는 양주 중에서 가장 저렴한 12년산 양주는 맥주에 섞어 마시면 목주위를 '톡' 쏘며 자극하는 특이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얼마나 할까. 업소별로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20만원대 초반이 가장 일반적이다. 여기에 두병 세병 추가로 주문하고 나면 가격도 두세배로 껑충 뛰게 된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순수한 술값만 포함된 가격으로 룸살롱에서는 기본중의 기본 가격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본 가격에 도우미 비용이 추가된다.
현재 수원시 인계동 주변 룸살롱 대부분은 도우미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업소가 도우미들의 공급을 보도방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주들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도우미들을 고용하고 있는 데는 원활한 도우미 공급 보장을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도우미 비용은 한명당 8만원으로 손님 2명과 도우미가 12년산 양주 3병을 마셨을때 약 70만~80만원 가량의 술값을 지불하게 된다. 17년산 양주로 양주 3병을 주문했을 경우 20만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 한다.
술값의 원가를 따지는 것은 조금 치사한 면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임페리얼과 윈저 12년산의 가격은 2만8천원, 17년산은 3만8천원으로 1만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나 룸살롱에서 손님이 주문하게 되면 7만~10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생기게 된다.
룸살롱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뛰어와 반겨주는 이들이 웨이터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대부분 젊은 나이층으로 이뤄진 이들은 소위 돈좀 있을 것 같은 물주(?) 앞에서는 90도 인사는 기본으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이들의 월급은 얼마나 될까. 평균 30만원으로 매우 적다. 하지만 고등학교 갓 졸업했거나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룸살롱 웨이터를 선호하는 젊은 층이 상당하다.
이렇게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젊은 친구들이 웨이터일에 뛰어 드는 이유는 바로 손님들이 서비스 차원에서 건네주는 풍족한 '팁(tip)' 때문이다.
이미 1차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해 룸살롱에 들어오면 기분 만큼은 최상일 것이다. 이때 웨이터들은 손님이 원하는 그 모든 요구를 만족하게 해준다.
손님들의 담배심부름부터 시작해 물수건 서비스, 거기에 맥주 한잔 멋있게 채워주며 "즐거운 시간 되십쇼"라고 꾸벅 인사를 하면 주머니 속에서 1만원짜리 지폐 서너장이 술술 나오게 마련이다.
한달동안 이렇게 벌어가는 팁만 최소 200만원. 조금 잘나간다 하면 500만원 이상의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21살의 웨이터 A씨는 "처음에는 낮과 밤이 바뀌어 힘들고 팁 수입도 얼마 안돼 하루에도 몇번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 생활 2년째 들어선 지금은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손님들 비위만 잘 챙겨주면 별 어려움 없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계동에서 10년째 룸살롱을 하고 있는 A씨의 얘기다. 예전에는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삼겹살집이나 호프집을 돌아다니며 라이터나 사탕 등을 나눠주던 것이 전통 PR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전통 방법 외에도 능력있는 실장을 고용해 고객에 대한 철저하고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이 여자 실장인 이들은 한번 눈도장 찍은 고객에게는 끈질기게 접근한다.
때로는 누나 동생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실장들은 관리 대상에 올라와 있는 고객들이 기쁘거나 슬플때 함께 웃어주거나 토닥거려 준다.
실장들은 손님이 업소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룸으로 안내해준다. 이어 직접 관리하는 도우미나 보도방을 통해 아가씨를 고르는 이른바 '초이스'까지 이끌어 주고 술자리가 끝나 계산이 마무리 될때까지 뒤처리를 해준다.
그렇다면 실장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소위 인계동에서 잘나간다는 A급 실장의 경우 한달에 1천500만~2천만원까지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실장들의 수익 구조도 여러가지로 직접 데리고 있는 도우미로부터 일정 금액을 떼는 경우와 룸살롱 업주와 함께 직접 지분에 참여해 나눠갖는 방법 등이다. 특히 전체 술값(도우미가격 제외)의 30%를 챙기는 것이 실장들의 수입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달 600만~7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둬도 이 계통에서 중상위권에 속하는 것이 보통 수준이다. 하지만 번 돈의 30% 이상을 고객관리에 쏟아붓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룸살롱 접대비 계산을 자주하는 VIP 고객에 대해서는 몸에 좋은 홍삼 등으로 선물 공세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정 횟수와 금액을 넘어 계산을 했을 때는 한번쯤은 파격가로 대접하는 등 이른바 '타깃 마케팅'을 해주고 있다.
눈도장 한번 찍어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 외상 한번 안해본 실장들은 없다. 물론 돈 많은 물주라도 만나면 이런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만 직장인과 같은 월급쟁이들은 외상 없이 룸살롱을 찾기가 사실 힘들다. 월급날 맞춰 회사로 찾아간다거나 문자메시지 한번 보내주는 것도 실장들의 외상값 관리 중 하나다.
인계동의 한 룸살롱 업주 B씨는 "손님들 대부분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한번이상 찾았던 단골 고객들로 이들 중 40% 이상이 외상으로 술값을 대신한다"며 "외상값을 안받아도, 또 외상값을 달라고 쫓아다녀도 단골 손님이 끊기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경영상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토로했다.
실장들도 마찬가지다. 단골손님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거나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고객관리를 하면서 외상값 처리도 함께 요구한다.
물론 직접적으로 외상값 달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술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실장들의 일이다. 실장들이 다른 업소로 스카우트라도 되면 해당 업소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래서 외상값 관리가 룸살롱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계동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실장들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외상 미수금이 깔려 있다.
물론 100% 받겠다는 생각은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들이 다시 찾게 만든다.
업주 B씨는 "실장들을 따라서 움직이는 도우미들도 많고 룸살롱 정보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업주들은 더욱 긴장하는 추세"라며 "'물장사'하면 떼돈을 벌거라는 생각은 정말 옛말이 돼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