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시안컵, 피스컵축구대회 등으로 국내 축구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축구공 하나에 축구팬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녹색의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축구공은 많은 사람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한다. 특히 선수들이 골을 넣은 후 펼치는 세러모니는 또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골 세러모니는 그라운드의 퍼포먼스이자 멋진 행위 예술이다. 축구라는 축제의 '뒤풀이 의식'을 몸으로 표현하는 '수상 소감'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골 세러모니는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이제 골이 터진 순간 세러모니가 없으면 밋밋한 느낌이 들 정도다.

▲세러모니와 축구
국내에서 골 세러모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 부터다. TV가 본격적으로 해외 축구를 소개하자 축구 선진국 선수들의 화려한 몸놀림을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됐고 TV중계 기술 발달로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득점한 선수의 모습을 잡게되면서 시청자들은 특별한 볼거리를 원하게 됐다.

특히 94년 미국 월드컵대회 때에는 축구 선수들의 독특한 세러모니가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브라질의 베베투가 보여준 '요람 세러모니'는 전 세계를 휩쓸며 골 세러모니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놓았고 이후 다양한 세러모니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세러모니를 준비했다"고 예고하는 선수들도 많이 늘었다.

 
 
     
 
 
▲개성 만점 세러모니

즉흥적으로 터져나오는 골 세러모니는 선수들의 개성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사전에 계획한 세러모니는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정치적 함의가 있는 세러모니.
지난 2005년 3월 한국과 부르키나파소의 평가전에서 김상식의 골이 터진 직후 동료들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광고판 앞에서 골 세러모니를 펼친 게 대표적인 예다.

2002년 한·일월드컵때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천수의 오노 세러모니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아예 드러내 놓고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 99년 3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유고 공습 당시 K-리그 수원 삼성-부천 SK(현 제주유나이티드)전에서 유고 출신 샤샤는 결승골을 넣은 뒤 유니폼을 벗고 '나토는 공격을 중단하라(NATO Stop Assail)'는 글귀를 보여줬다.

국내에선 종교적 세러모니도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기도하는 자세 취하기. 70년대 중반 현 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이 처음 선보인 이래 많은 선수들이 차용했다.

▲세네갈 선수들의 전통춤
동료에게 바치는 세러모니도 많다. 에콰도르의 카비에데스가 보여준 '스파이더맨 세러모니'는 그해 5월 교통사고로 숨진 동료 오틸리노 테노리오에게 바친 추모의식이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이천수도 무릎부상으로 누워 있던 이동국을 위해 그가 즐겨하던 세러모니를 선보였다.

이밖에 세네갈·토고 등 아프리카 팀이 보여주는 전통 춤, 아일랜드 로비 킨의 '윌리엄 텔' 포즈 등은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형에 속한다.

▲기타 세러모니
최근 수원 삼성의 김대의는 스파이더맨 가면과 장갑을 끼고 세러모니를 펼쳐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또 축구 선수들의 흔한 동작인 두팔 벌린 세러모니와 조용하라는 쉿 세러모니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댄스·하트모양·다이빙·피라미드·공중돌기 세러모니 등 다양한 세러모니가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런 건 이제 그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셔츠를 벗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2004년 7월부터 유니폼 상의를 벗으면 무조건 옐로카드를 받는다. 다만 얼굴 아래까지만 상의를 올리면 괜찮다. 이 때문에 '속옷 세러모니'를 준비한 선수들은 시원하게 옷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유니폼을 어정쩡하게 들어올리는 데서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