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9시 인천시 간석동 S 유흥주점 00호실.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어야 할 시간에 생소한 풍경이 펼쳐졌다. 테이블에 술병과 안주 대신 'CO(일산화탄소) 측정기'와 금연 보조제, 금연 홍보물 등이 놓여있는 가운데 5~6명의 여성 종업원들과 2명의 금연상담사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오갔다.

종업원 A씨는 "상담을 받고 보니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힘들겠지만 우선 금연 캔디에 의지해 금연을 시도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남동구보건소가 전국 최초로 유흥업소 여성 종사자를 대상으로 이동금연상담사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구보건소는 지난 6월 말부터 일주일에 2회,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관내 유흥업소를 찾아다니며 여성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무료금연상담을 하고 있다.

사업에 앞서 관내 157개 유흥주점에 '이동금연상담 신청 안내' 공문도 보냈다. 지금까지 금연상담에 참여한 업소는 모두 5곳으로 40여명의 여성종사자가 상담을 받았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던 종업원들이 직접 상담을 받아보고는 생각을 바꿔 상당수가 금연을 결심, 무료로 제공하는 금연 패치·캔디·껌 등 금연보조제를 받아갔다고 한다.

구보건소 금연사업 담당자인 김명효(40)씨는 "처음엔 룸살롱까지 찾아다니면서 상담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흥업소야말로 금연 취약지대라고 판단,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오히려 막상 상담을 해보니 업주가 일부러 종업원들을 데려와서 상담을 받게 하는 등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구보건소는 또 매주 월요일 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여성노래교실 참가자를 대상으로 금연상담을 실시하는 등 여성 흡연자의 금연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는 남성의 흡연율은 낮아지는 반면 여성의 흡연율은 높아지고 있는데다 남동구의 경우, 현재 관리 중인 금연상담 대상자 2천400명 가운데 여성 등록자가 550명으로 전체 등록자의 23%를 차지하는 등 여성흡연자들의 금연욕구가 타 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곽광희 보건소장은 "유흥업소나 사업장 등 금연을 원하는 곳이면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든지 찾아간다는 게 보건소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동구보건소는 2006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금연클리닉사업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