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 차기 사령탑을 놓고 다시 심각한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끝난 아시안컵축구 3-4위전 일본과 결전을 마친 뒤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공은 축구협회로 넘어온 상태다.

   정몽준 회장을 비롯해 이회택 부회장, 이영무 기술위원장, 가삼현 사무총장 등 수뇌부가 인도네시아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축구협회는 "일단 대표팀이 귀국한 다음 베어벡 감독과 더 자세히 얘기를 해보겠다. 그리고 기술위원회에서 감독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원칙론'만 전하고 있는 상태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발 권한은 대표팀 전력과 관련해 총괄 지원을 맡고 있는 기술위원회의 몫이다.

   최종 결정은 협회장이 내리지만 기술위가 후보를 고른 뒤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쳐 사령탑을 선임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베어벡 감독의 후임으로도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할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외국의 유력 후보군으로터 '원서'를 받아본 다음 공개적으로 우선 협상 대상자를 정해 접근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철저히 비공개로 특정 후보를 정해 해당 감독의 개인 에이전트를 통해 접촉하는 방식도 있다.

   보통 외국의 명장급 지도자들은 월드컵축구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가 끝나면 대규모 이동을 하기 때문에 이 때가 능력있는 감독을 '모셔오기'에 적합한 시기다.

   아시안컵축구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지도자들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어 현재 시점은 감독들의 이동이 잦은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 축구협회의 반응에 비춰볼 때 향후 '포스트 베어벡 체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일단 축구협회는 베어벡 감독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임박한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대비해 당분간 지휘봉을 놓지 않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도 "돌아간 뒤 베어벡 감독과 더 자세히 얘기해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베어벡 감독은 자신의 과제 가운데 작년 도하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는 우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올림픽대표팀의 경우 2차예선을 무난히 통과시켜 1차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올림픽대표팀에 관한 한 베어벡 감독이 선수들의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데다 이근호, 강민수, 한동원 등 주축 선수들을 발굴한 공도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최종예선까지만 올림픽대표팀을 이끌어달라며 '재고'를 요청할 수도 있다.

   어차피 국가대표팀은 내년 2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어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공석으로 남겨두거나 대행 체제로 가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두 번째로 베어벡 감독이 이미 공개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쉽게 번복을 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보면 최대한 빨리 차기 외국인 사령탑을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유럽과 남미 지도자 그룹 사이에 형성해놓는 인맥을 동원해 명장급 지도자들의 의사를 타진해보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

   세 번째로는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의 경우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도 현재 축구협회 전무를 맡고 있는 김호곤 감독이 팀을 맡아 8강 목표를 달성한 점에 비춰 국내 지도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홍명보 코치에게 올림픽대표팀을 맡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베어벡 감독이 사퇴한 마당이라 그동안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동고동락했던 홍 코치와 압신 고트비 코치, 코사 골키퍼 코치는 일단 동반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