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건릉-용주사-수원 화성'을 '효(孝) 문화' 테마파크로 육성하자는 운동이 화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 주지 정호(63) 스님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정호 스님은 1973년 전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같은 해 9월 사미계를, 1975년 10월 구족계를 각각 수지했다. 그런 뒤 제방 선원에서 30안거(일정한 기간 동안 외출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면서 수행하는 제도)를 마쳤다. '학승'(學僧)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용주사 주지로 오면서 '연기사상'과 '동체대비'의 교리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연기사상은 삼라만상 가운데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서로서로 관계를 가지면서 존재한다는 불교 교리다. 동체대비는 모두 크게 보면 한 몸이고 '유기체'라는 뜻이다.
'연기사상'과 '동체대비'의 교리 실천은 서로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아픔을 공유하며 모두 함께 잘 사는 사회·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유해야 할 사상이 있는데 정호 스님은 '효 사상'을 꼽는다.
"제가 조선시대 왕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정조대왕입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양주 배봉산에서 천장하면서 3대 길지를 찾은 곳이 바로 융릉(현륭원)이지요. 또 용주사를 능참사찰로 창건한 분 역시 정조대왕이지요. 그런데 제가 용주사 주지로 왔을 때 지켜져야 할 정신문화유산이 파괴돼 가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나섰지요."
그는 융·건릉과 용주사를 잇는 복판에 대한주택공사에서 건설하는 '태안3택지개발지구' 개발 반대에 나섰다. 개발 현장이 바로 정조의 효심이 묻어나는 반룡농주혈과 만년제, 그리고 정조의 재실이 있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에도 탄원서를 내고, 경기도와 화성시 등에 태안3택지개발지구를 백지화하고, 대신 효 테마파크로 조성해 '세계의 정신'이자 미래학자 토인비가 말한 '세계 문화'인 효의 본산지로 조성하자고 제의했다.
물론 이번 제향은 태안3지구 개발 반대 뿐 아니라 효 문화를 제대로 복원하자고 주장해 왔던 한신대 유봉학 사학과 교수의 제의로 이뤄졌다.
제향은 전통 불교 제례의식으로 치러진다. 역사적으로 고증된 의식이 없기에 이번 제향은 천도제 의식에서 본 떠 시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학계와 더 연구해 전통 제향을 복원해 매년 시행할 계획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 사학자는 전통 불교 제례의식은 하나의 종합문화예술이라고 말한다. 조지훈 시인이 용주사의 제향식을 보고 쓴 '승무'를 비롯해 영산회상, 범패 등은 단순히 제례의식이 아닌 종합예술로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정호 스님은 "연구해서 복원할 겁니다. 그리고 제향을 통해 효문화를 우리 세대나 후손들에게 알리는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또 사학자들의 지적에 따라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정조와 효의황후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효성전(1988년 복원)도 '호성전'으로 바꾸는 등 효 역사교육 현장으로 바꿔 놓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정호 스님은 이와 함께 용주사의 7개 부서와 합심해 효문화 실천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