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 3일차인 인천바로알기 종주단은 1일 오전 8시 야영지인 군부대를 출발해 한남정맥의 줄기인 철마산과 계양산을 넘었다. 이어 오후엔 고려산 봉우리에 도전했다. 산행이 익숙지 않은 종주단원들에겐 그야말로 '고행'에 가까웠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힘들지만 꼭 해내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산행 내내 곳곳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강화 고려산을 넘어 국화리 학생야영장으로 가는 도중엔 비까지 내려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종주단은 도착 예정시간보다 1시간이 늦은 오후 7시께 3일차 목적지에 도착했다. 3년 동안 암과 힘겨운 싸움을 해 온 40대 주부, 우리땅을 밟고 싶었다는 초등교사, 부모의 권유로 참가한 학생 등 이야기가 눈물겹다.

40대 주부 "암 극복·모자 완주의 꿈 이룰래요"
▲ 암을 이겨내고 싶었어요

황선임(46·여)씨는 이번 종주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매일 청량산을 오르는 '자체 훈련'을 실시했다. 3년 전 암 수술을 받은 뒤 회복치료 중인 황씨에게 1주일간의 종주는 커다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잠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면서 "자신감과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단전호흡과 운동 등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황씨는 종주단에서 배식, 교통통제, 환경미화 등의 '임무'를 맡았고 그 역할을 남들 못지않게 수행하고 있다.

황씨는 "함께 참가한 중학교 3학년 아들이 가끔 찾아와 힘든 게 없는지 묻고, 짐을 들어주기도 한다"면서 "아들이 작년 종주 참가 이후 많이 의젓해졌다"고 전했다. 
해 암을 이겨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환갑 바라본 교사 "모두에게 유익한 산체험"
▲ 종주는 또다른 배움의 장

가좌초등학교 교사인 이동주(59·사진 왼쪽)씨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종주단에 참여했다.
이씨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기 힘든 것들을 종주에서 배웠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인천 종주를 결심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종주는 인천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서 "종주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 유용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권유로 동료 교사 최길상(58)씨도 인천 종주에 도전했다. 최씨는 "두 발로 우리나라 땅을 걸어보는 게 젊은 시절부터 품어온 꿈이었다"고 말했다. "올초 퇴직한 한 여교사가 전국을 종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는 꼭 꿈을 실현하겠다고 생각했다"는 최씨는 "주변의 만류가 많았지만 만사를 제쳐놓고 종주 길에 올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중3 남학생 "처음엔 부모 원망… 끝까지 해낼터"
▲일단 시작한 거 최대한 많이 얻어간다

김재권(15·상인천중3)군은 부모님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종주에 참가한 케이스. 하지만 종주 3일차를 맞는 김군의 목표는 완주다.

김군은 자신의 생각은 들어보지 않은 채 종주단에 보낸 부모님이 원망(?)스럽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자신의 좌우명인 '일단 하고 보자'를 실행하기 위해 어금니를 물고 있다고 한다.

김군은 "계양산을 내려오면서 다리에 쥐가 나고,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종종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기도 하는데 그 경험이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