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시 원곡동(원곡본동), 이른바 '국경없는 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전국 최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둥지를 틀고 사는 외국인 집성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까지 30여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모여든 외국인들로 마치 어느 놀이공원에 있는 지구마을을 연상케 한다.
어떻게 원곡동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을까.
원곡동 길 맞은편에는 바로 안산역이 있다. 또 인근에는 반월·시화공단이 있다. 반월·시화공단으로 가는 업체 통근버스와 시내버스, 마을버스들은 하루 1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을 쉴새없이 실어나른다.

당초 이곳은 반월공단이 조성된 1980년대 초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방값이 싼 이점 때문에 내국인 근로자들도 많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했다.
하나 10여년 전부터는 인근 중앙역과 상록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상권이 들어서면서 원곡동 상권이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IMF를 거치며 남아 있던 주민들마저 떠나 여기저기 빈방이 남아돌게 되었다. 집주인들은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싼 값에 방을 세놓기 시작했고 하나 둘씩 모여든 외국인들로 지금의 외국인 집단 거주지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현재 원곡동과 초지동 일대를 비롯해 안산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는 등록 외국인 수만 3만여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국경없는 마을'이라는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각종 범죄와 함께 슬럼화로 인해 사회·문화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원곡동을 찾았을 때 만난 몇몇 주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최근 외국인들의 범죄가 자꾸 일어나 외국인들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특히 올해 초 발생한 토막살인사건으로 더욱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산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 저녁 때는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한때 원곡동은 외국인 노동자 수가 4만명에 육박했으나 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과 경기 침체 등으로 지금은 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원곡동 길가에는 한자와 아랍어, 영문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여전히 복잡하게 늘어서 있다. 정작 이런 상점들의 주인은 대부분 한국사람들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요에 따른 경제 혜택이 만만치 않은 터라 잡화상과 음식점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PC방과 비디오방, 게임방, 생필품 가게 등이 매월 2~3개꼴로 들어서고 있다.
특히나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오후가 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원곡동 일대 대로나 골목길에는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모두 인근 공업단지에서 일을 마친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요즘엔 인천 남동공단과 화성, 평택, 김포 등지의 공단 외국인 근로자도 함께 온 고향 친구들을 만나고자 원곡동으로 원정을 오기도 한다. 때문에 주말 오후엔 도로변에 펼쳐진 노점상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다.

원곡동에는 각국의 음식점이 70여개가 넘고 이외에 외국 전통음식점과 잡화점 등을 합하면 모두 160여개의 외국상점이 밀집해 있다.
평일에는 평균 2만명, 주말이면 5만명가량의 외국인들이 이 거리를 찾으며 원곡동은 그야말로 외국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으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산시는 120여억원을 들여 만남의 광장, 차없는 거리, 국가별 특화거리 등을 조성하는 한편 교통환승센터, 아시아 조형물 및 상징탑, 외국인 문화의 집 등을 마련해 관광특구로까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원곡동에서 만난 중국동포 소진염(40·헤이룽장성)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기를 바란다"며 "일부 외국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열심히 일하는 착한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피해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