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호가 올림픽 깃발을 달고 닻을 올렸다.

 대한축구협회가 핌 베어벡 감독의 사퇴로 공석이 된 올림픽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박성화(52)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선임함으로써 지난 5년 청소년대표팀으로 불려온 박성화호가 올림픽호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2001년 11월부터 청소년대표팀을 맡아 두 차례 20세이하(U-20) 세계청소년대회를 치러낸 박성화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 면에선 국내 어느 지도자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풍부한 편이다.

 '미래의 월드컵'인 세계청소년대회를 준비하며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 남미, 아프리카 강호들과도 숱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올림픽호는 다르다. 23세이하로 출전 연령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성인축구 무대다.

 따라서 청소년대표팀 시절의 선수단 운영과 전략.전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6회연속 본선 진출을 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박성화호는 가능성 만큼이나 부담스런 과제를 안고 있다.

 ◇'수비축구'가 아님을 입증하라 = 박성화 감독은 늘 수비지향적인 축구를 한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현역 시절 중앙수비수로 활약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술의 무게 중심을 지나치게 수비를 안정시키는 쪽으로 끌고 간다는 비판도 있었다.

 박성화 감독은 "수비 축구가 아니라 수비를 강조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화끈한 공격 축구로 태극호의 체질 개선을 원하는 팬들의 요구에 화답할지지켜볼 일이다.

 박 감독은 철저한 포백(4-back) 전술 신봉자다. 1993년 유공 감독 시절부터 포백을 썼고 청소년대표팀을 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베어벡 감독이 국가대표팀과 올림픽팀에 모두 포백을 접목한 만큼 이를 완성시키는 것도 박 감독의 과제다.

 ◇올림픽호 '연착륙' = 올림픽 2차 예선 출전 명단을 기준으로 하면 박성화 감독이 청소년대표 시절 직접 지도했던 선수는 12-14명이나 된다.

 골키퍼 정성룡(포항)과 수비수 김진규(서울), 박희철(포항), 미드필더 백승민(전남), 이요한(제주), 김승용(광주), 백지훈(수원), 공격수 박주영(서울), 심우연(서울), 한동원(성남), 양동현(울산), 이근호(대구), 이승현(부산) 등이 원래 '박성화호의 아이들'이었다.

 박 감독의 1차 과제는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을 활용해 갑자기 선장이바뀐 올림픽호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일이다.

 올림픽호는 국가대표팀과 견줘보면 비교적 순탄한 항해를 해왔다. 2차 예선 6경기에서 10골을 뽑아 득점력도 괜찮았다.

 하지만 기복은 있었다. 슈팅을 10개 이상 때리고도 골문을 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호도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 부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중동을 넘어라 = 올림픽호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바레인, 시리아와 한 조에 속해있다.

 중동이 두 팀이다. 아시안컵에서도 그랬지만 아시아권에선 중동 축구를 넘지 않고 세계 무대로 진출하기 힘들다.

 박성화 감독은 청소년대표팀을 지휘하던 시절 우즈베키스탄엔 강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두 번 만나 모두 승리했다.

 반면 시리아와는 세 차례 친선경기를 했지만 모두 비겼다. 2005년 세계대회에 나가기 전에도 두 차례 평가전이 다 득점없는 무승부였다.

 박성화 감독의 머릿속에는 중동 팀들을 격파할 비책을 벌써 떠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