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든 단박에 해결한다는 뜻에서 종주단원들이 지은 별칭이다. 종주기간 그가 운전한 차량 조수석에는 무전기, 생수, 탄산음료, 응급조치도구, 장갑, 종이컵, 전기드릴, 망치, 각목, 모기장 등이 비치돼 있었다. 짐칸에는 가옥형 텐트, 탈수기, 옷자루, 조명, 전선, 샤워시설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소씨는 야영지에 미리 가서 텐트를 세우고, 간이 샤워실과 탈수기를 설치하는 일을 했다. 또 종주단원들에게 물과 음료, 부식 등을 공급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도맡아 했다.
종주단 이동렬(52) 단장은 "소기철씨가 없으면 종주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소씨가 종주단에 자원봉사자로 처음 참가한 건 지난 2000년이고, 이후 5차례 열린 종주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동행했다.
이번 종주 참가기간에는 '무단 결근'이라는 이유로 지난 가을부터 다니던 직장으로부터 해고통지를 받기도 했다. 소씨는 "종주는 학생들과의 약속인데 내가 참가하지 않으면 행사가 무산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씨는 한국산악회 인천지부 소속 회원으로 20대 초반 '산맛'을 알게된 뒤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전국에 있는 산을 떠돌았다. 그는 산에 다니면서 암벽·빙벽 등반, 독도법, 구급법, 통신 등의 기술을 익혔다. 등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타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등 안해 본 일이 없다.
소씨가 '산에 미친' 시간 동안 익힌 경험과 기술은 종주단에 큰 보탬이 됐다. 소씨는 "종주 기간이 휴가철과 겹쳐 있어 가족들과 제대로 된 여름 휴가 한 번 가지 못했다"면서도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종주에 참가하면서 느끼는 보람, 쾌감이 있어 매년 참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학생들이 완주를 해도 단장과 조교에게만 찾아가 인사하는 것에 섭섭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소씨. 하지만 그는 "속된 말로 내가 총대를 멘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임자가 될만한 이가 있냐는 질문에 소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목수, 전기, 설비, 운전, 산악기술, 물건 쌓는 법 등에 능한 사람만이 내 후계자가 될 수 있는데, 어디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