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민들의 문화향수권 확대를 위해 출범한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7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도민 생활 곳곳에 문화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문화정책을 세우고 각종 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이 추구해 온 경기도 문화예술 진흥과 세계화에 대한 그간의 성과와 향후 기대되는 역할과 기능에 대해 살펴봤다.

△ 설립 배경과 의의
지난 1997년 7월 경기문화재단의 출범은 그동안 서울의 문화권 집중에서 벗어나 문화행정의 지역 이양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특히 '중앙집권적이고 관료 중심적인 문화 행정'이 아닌 경기도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지역 현실에 맞는 문화예술 진흥 정책을 도출해 내는데 목표를 두고 활동해 왔다.

경기실학의 학문사상적 가치를 예술문화로 재해석해 재단의 설립 의의를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이용후생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도모하고 전국적인 문화권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후원자의 역할을 맡은 경기문화재단의 출범은 이후 타 자치단체에서도 앞다퉈 문화재단을 설립하도록 자극한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기문화재단은 무엇보다 아마추어 공연예술 단체를 발굴해내고 도민을 위한 문화예술 기회 부여, 소규모 지역 축제 활성화 지원 등 경기도 문화의 자생적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지역문화 발전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함께 최대 자치단체인 경기도의 급증하는 개발수요에 부응해 전통 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매장문화재의 체계적인 조사 발굴 및 보존사업을 수행하면서 전통 문화예술의 가치를 드높이고 대중화하는 노력으로 국내 뿐 아니라 우리 문화를 계승하고 세계적으로 알리는 선봉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어떤 사업 펼쳤나
재단의 주요 사업은 ▲문화예술 창작·진흥 ▲도민의 문화예술 향수 및 참여기회 확대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 ▲지역문화예술 균형발전 ▲국제 문화교류 증진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현대화·실용화 등 6개 사업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재단은 지역 문화예술 창작 및 진흥을 위한 각종 공모행사와 제작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예술 창작 기반을 조성하고 자생력을 지닌 문화예술인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지난 2004년까지 경기도에서 주관해 추진해오던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을 2005년부터 재단에서 이관받아 추진해오면서 국악 및 연극, 무용, 음악 등 4개 공연 예술 장르 총 50개 사업에 1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순수 기초예술 장르인 '문학'분야의 창작여건을 개선하고 일반인들의 '문화창작'의 대중화를 도모하기 위해 '경기도 문학활성화 사업'을 추진중에 있으며 실연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수 창작 공연작품에 대해 향후 3년간 최고 6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또 추진하고 있는 정기 공모지원사업의 구체적, 실질적 평가를 위해 문화예술 모니터링 사업을 운영중에 있으며 경기 남부와 북부를 나눠 도내 31개 시군의 문화정책 과제의 소통을 위한 작업도 펼치고 있다.

재단은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수 증진을 위해 문화소외 지역주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접촉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갖가지 문화축제를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04년에 신설한 '장애인 예술활동 활성화 지원'사업은 장애인들의 예술체험과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해마다 5천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도내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문화체험 행사를 진행중이고 지역 쉼터를 중심으로 한국문화 교육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재단은 또한 경기 남부와 북부지역의 문화예술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체험 행사를 통해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

이를위해 재단은 경기북부지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북부지역 청소년 문화예술 동아리활동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북부지역의 4개 문화공간을 발굴, 선정했으며 북부지역의 특색있는 지역축제 활성화를 위한 연구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재단은 도내 소극장 등 자투리 지역문화공간을 활용해 도민의 문화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있고 실제로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4개 소극장 문예프로그램에 8천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창작 환경 조성과 지역문화의 기반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창작촌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으며 산하 연구기관인 기전문화재연구원을 통해 문화재 발굴 및 학술조사, 보존·관리를 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50~60건 이상의 전통 문화재 관련 학술조사를 실시중에 있으며 그 성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 문화사업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
재단이 10여년간 해마다 추진중에 있는 문화사업은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뿌리를 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분명 시행착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역의 문화예술 공연 및 시설은 경기 남부지역에 편중됐다는 지적과 함께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북부지역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한 경기도 지역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고 특히 서울과 인접한 관계로 경기도만의 특색있는 문화정책과 사업을 추진함에 그 성격이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재단은 문화사업의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위한 방책으로 북부지역 사무소를 설립했으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업무의 중복과 혼선, 예산 낭비만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폐쇄한 바 있다.

또한 경기도 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계속해서 제기돼 온 기능의 중복성과 조직의 효율성 문제를 해소코자 조직을 슬림화하는 작업에 착수,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단이 지난 1998년과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한 도민 문화생활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재단의 그간 10년간의 노력과 달리 아직도 지역 문화환경에 대한 도민들의 불만이 크고 '경기도는 문화의 특징이 없는 지역'이라는 등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함께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문화정책 비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로부터 지역 예술인이 배제된 채 지역성 짙은 문화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최대 자치단체인 경기도의 문화정책은 지역의 큰 덩어리를 묶어내기 보다는 도내 31개 시·군의 문화정책을 바탕으로 지역의 특색이 두드러지는 문화활동 위주의 문화정책이 실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재단에서는 경기도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경기도만의 문화지표와 지수를 체계적으로 개발, 예술 가치를 탐구하고 문화예술 통계를 생산하는 작업을 거쳐 경기도 문화예술의 도약 기반을 만드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와 문화예술인의 소통 공간을 마련해 예술문화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는 등 경기도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정신문화인 실학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통해 경기도 문화영역을 굳건히 다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 7월5일 취임한 권영빈 신임 대표이사는 "경기도와 재단은 전통문화 계승과 현대적 문화발전을 위해 수원 화성과 남한산성, 회암사지, 만년제 등을 정비하고 전곡리 선사 유적과 DMZ생태 보전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지역의 문화유산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문화유산 콘텐츠 R&D 센터를 운영하고 광교·동탄 등 신도시 개발시 예술인들의 창작공간 제공과 문화예술 창조인력 육성을 위한 창작스튜디오를 설립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문화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재단의 이러한 노력들이 도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고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