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맞은 편 성매매 집결지 뒷골목.

새벽 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30여군데의 업소는 여전히 정육점 불빛을 켜놓은채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런 곳에 으레 있기 마련인 호객꾼이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놓고 대형 유리창 뒤편에 앉아 있는 아가씨들도 한마디 말도 없이 창문을 두들기거나 손짓으로만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을 뿐이었다.

7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는 곽모(31)씨는 "어차피 대부분의 손님들이 외국인들이어서 한국말로 호객 행위를 해봤자 알아듣지도 못한다. 차라리 야릇한 눈빛을 발산하는 것이 더 낫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이날 여성과 관계를 맺기 위해 이 곳을 찾은 남성들은 일부 중년 한국 남성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한국인 남성들이 떠나간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르게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업주 김모(45·여)씨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남자들한테도 처벌이 가해지면서 발길이 끊어졌다"며 "외국인들이 우리 밥그릇을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명절때면 성매매 업소들은 문을 닫기 마련인데,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외국인들 때문에라도 문을 여는 업소들도 늘었단다.

연휴 기간 동안 갈 곳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은 오히려 늘어, 이들 업소에게는 명절이 '대목'이기 때문이다.

수요층이 달라지면 공급 방식도 달라지는 법. 이들 성매매 업소들은 주머니가 가벼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비스 가격도 한국인 남성의 절반 수준인 3만원으로 대폭 할인하고 있었다.

차이점은 가격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하는 여성들은 한 눈에 봐도 이런 일을 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다 싶은 3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젊은 애들은 기분때문이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잘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좋은 시절을 다 보낸 30대 여성들이 뒷골목에 흡수되고, 이들이 군말없이 외국인들을 받아들인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의 말처럼 젊다 못해 어린 아가씨들마저도 눈에 띄는 50여 떨어진 앞골목 쪽에서는 외국인 남성들을 한 명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성매매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발견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물론 외국인들이 앞골목에 드문 이유는 단지 아가씨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요인은 업주들의 '물관리'에 대한 노력이었다.

이곳 60여개 업소 친목회 단체인 한터수원지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 한국인들이 찾질 않는다. 얼마 전에도 외국인 남성들때문에 아가씨들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소문이 들면서 매출이 팍 줄었었다"며 평택, 파주 등 다른 성매매 집결지도 '번화가는 한국인', '뒷골목은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같은 단체 회원인 또 다른 이도 "돈 몇 푼 더 벌자고 외국인을 받는 순간 물이 흐려진다"며 앞골목에 대한 비교우위를 자랑했다.

단지 말뿐이 아니었다. 한터 회원들은 앞골목 쪽으로 통하는 골목마다 회원들끼리 조를 짜서 외국인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단속의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한터 감시조는 대략 새벽 3시경이면 철수하는데, 이 이후 시간을 노려 일부 외국 남성들이 당당하게 '입성'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입성한 이들은 한국인들과 똑같은 5만~7만원의 서비스료를 지불할 각오는 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서비스에 2배의 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당연히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파장이 가까워졌는데도 벌이가 시원치 않을 때는 가끔 외국인을 받는다는 아가씨 한 명은 "당연히 한 번 배출했으면 끝이지 이 놈들은 지들이 돈을 더 많이 냈다고 생각하면서 한 번 더 놀려고 한다"며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신분때문에 이런 곳에 놀러 와도 조용히 볼 일만 보고 가기 마련인데, 가끔 소란을 피울 때는 십중팔구 이렇게 '원 배팅'에 '투 플레이'를 하려 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외국인대로 불만이 없을 수 없다.

필리핀 A씨는 "한국인들도 필리핀에 매춘관광을 하러 많이 오는데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거부한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냐. 만일 우리가 돈이 많아도 이렇게 대할 것이냐"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뒷골목에서 놀아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변했다.

'성매매가 불법인 것은 아느냐'는 질문에는 "자신뿐 아니라 직장 동료들도 한 번도 경찰에 걸려본 적이 없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오히려 A씨가 신경쓰는 부분은 '법'이나 '도덕'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였다.

A씨는 "필리핀에서는 5만원이면 변두리에서는 한 달도 살 수 있는 돈이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 생각이 나기도 한다"며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 젊어서 그런지 쉽게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