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눈꺼풀이 눈을 덮어 토막잠을 자더라도 일과 공부를 소흘히 할 수는 없습니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경찰관이 오는 22일 경희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는다. 가짜 학위 파문으로 이곳저곳이 떠들썩한 가운데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노력으로 500쪽 가까운 방대한 논문을 완성해 따낸 박사학위여서 주변의 칭찬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용인경찰서 수사지원팀장 지영환(39) 경위.

그가 써낸 '공무원 범죄 통제를 위한 형사입법론적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은 박사학위 평점 4.3점 만점에 4.2점을 받았다. 심사위원을 맡은 교수들까지 그의 열정에 탄복해 논문 작성 과정에서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만큼 수작(秀作)에 가까운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지 경위는 지금도 뿌리뽑히지 않은 공무원 범죄와 그 원인이 되고 있는 기형에 가까운 우리나라 사법권력구조를 질타하고 있다.

"부정부패는 현대는 물론이고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비슷한 모습으로 시대를 잇고 있습니다. 모두 사법권력에 대한 균형과 견제장치가 부재했기 때문에 이뤄진 일입니다."

지 경위는 문제의 사례로 지난 2005년 사법관련 특수공무원의 직무범죄 비교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그해 국가정보원과 검찰청, 법원 모두 공무원의 수뢰죄 사례가 '0'건이었다. 그는 이같은 통계가 공무원 범죄에 대한 '자기식구 감싸기'가 만연해 있음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무원범죄를 뿌리뽑고 공무원이 국민의 올바른 일꾼이 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함께 바꿔야 한다고 지 경위는 강조했다.

"논문은 제가 썼지만 논문의 성과는 함께 일한 경찰서 선후배들과 묵묵히 지켜보고 도와준 가족들의 몫입니다.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욕심도 많은 저를 든든히 뒷받침해 주었으니 그들에게 정말 감사해야지요."

사실 지 경위는 용인경찰서에서 '괴짜 경찰'이자 '슈퍼 경찰'로 통한다.

그는 시인이면서 서예가이고 용인경찰서 청렴동아리 '에버그린'의 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집 '날마다 한강을 건너는 이유'를 출간해 화제가 됐고, 수준급에 달한 서예 실력은 경찰서 이곳저곳에 걸려있는 그의 작품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에버그린' 회장을 맡아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금주(禁酒) 캠페인을 펼치고 어려운 이웃 돕기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태권도 공인 7단 등 무술에도 능해 1986년에는 해군신병훈련소 수석사범을 지낸 경력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고려대와 광운대에서 동시에 수석으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고, 성균관대 정치학박사과정도 수료했다. 국가자격증도 문서실무사 1급, 사회복지사 등 70여개나 갖고 있으니 말 그대로 만능 경찰이다.

"모든 일에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하나하나 얻어진 성과들"이라며 겸손하게 웃음을 던지는 지 경위는 조만간 범죄 전문서적인 '금융범죄론'과 소설 '조광조의 별'도 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