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도심이 더워지고 있다. 장마철에도 열대야가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다. 지난해 8월 한여름 최고 기온의 평균값은 30.3℃였다. 이는 지난 2002년 8월 하루 최고기온의 평균값인 28.4℃에 비해 1.9℃ 오른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도시의 온도가 날로 치솟고 있다는 말은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다.

이런 탓인지 도시개발의 지상과제는 녹지공간 확보 등 쾌적함에 맞춰지고 있다.

사람들이 수목이 우거지고 물이 흐르는 공간, 바로 도심 속의 정원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런 꿈이 인천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빌딩으로 가득찬 인천지역 도심 곳곳이 물과 녹지가 어우러진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또 밤이 되면 이곳에서 뿜어내는 물줄기와 화려한 조명으로 멋진 야경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인천시가 녹지(Green)와 물(Blue), 야경(Red)이 함께 있는 도심 내 친수공간을 만드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은 인공적일지라도 잠시나마 도심의 삭막함을 떨쳐버리게 한다. 여기에 녹지와 야경이 어우러지면 그것은 말 그대로 '예술'이 될 것이다. 특히 이 'G·B·R'은 점점 뜨거워지는 도심을 식히는 'Cool City'의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기존에 설치돼 있던 상·하수 시설, 지하수 등이 있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도심 속에서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한다. 또 공원 조성이나 학교 공원화,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과도 연계해 물과 녹지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GBR사업은 2010년까지 녹지공간을 990㎡ 늘리기로 한 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나무를 심어 녹지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곳을 도심 내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마련하려는 것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녹지와 물만을 연결시키고 있다면, 인천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는 시민들의 최근 생활패턴 변화에 맞춰 야경까지 고려했다.

◆인천여상 앞 수변녹화, 'Cool City'의 전령사
▲ 수봉공원 내에 조성될 예정인 친수공간 이미지.
인천 중구 답동의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진입로 구간. 지난 2006년 녹지와 물, 야경을 합친 개념의 친수공간이 처음 만들어진 곳이다.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던 암벽 절개지에 길이 30여, 높이 10의 거대한 인공폭포를 만들고 주변에 녹지 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바로 맞은 편에 대형 할인마트가 있어 쇼핑을 즐기러 오는 주민들이 지나다니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더운 여름에는 이곳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인공폭포를 만들면서 그 앞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인도의 폭도 더 늘렸다. 좁은 등·하굣길로 불편을 겪었던 이 학교 학생들도 좀 더 여유있게 길을 오갈 수 있게 됐다. 밤이 되면 이곳에 설치된 조명의 불빛으로 색다른 운치를 즐길 수도 있고, 그동안 어두웠던 길을 밝히는 효과도 있다. 미관 개선 효과 외에도 녹지공간과 휴게 공간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항만 주변 도로인 탓에 늘 삭막함만이 감돌던 이 일대를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도 잠시나마 색다른 즐거움에 빠지도록 하고 있다.

◆인천의 모습 바꾸게 될 수변녹화 어떤 게 있나
▲ 공사가 진행중인 중앙공원 시청역 사거리 구간의 친수공간 이미지.
중앙공원 시청역 사거리 구간엔 친수공간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원과 인도 사이를 경계짓고 있던 옹벽을 제거하고 이곳에 벽에서 물이 나오도록 만든 분수인 벽천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중심에 두고 양쪽으로 140의 실개천이 흐르도록 하는 한편, 광장과 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도 설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왕복 8차선 도로가 지나는 이곳에 쾌적한 가로 경관이 조성되고 이곳을 지나는 보행자들의 동선도 편리해질 것이다.

특히 총길이 3.9㎞인 중앙공원 일대는 9개 지구를 주제별로 특성화시켜 수목을 심고 곳곳에 실개천과 벽천, 연못 등을 조성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곳 주변 건축물과 산책로, 조형물 등에도 다양한 야간 조명을 설치해 앞으로 이곳을 관광명소로 이용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잡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친수공간 조성이 계획된 곳은 남동정수장 앞 백범로, 수봉공원(과거 AID아파트지역) 주변이다.

남동정수장 남쪽의 백범로에는 기존의 550 인도를 따라 조성돼 있던 폭 6의 잔디에 실개천과 작은 연못 등 수경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남동정수장에서 나오는 물을 활용함으로써 이곳에 흐르게 될 물 확보 걱정은 없다. 물이 흐르는 길을 지나 인천대공원을 이용하게 될 보행자나 정수장 방문객들에게 환경 도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수봉공원 2만9천㎡ 부지에는 도서관 등 주민편의시설을 지으면서 인공폭포와 녹지공간을 함께 조성할 예정이다. 높이 30, 폭 100에 이르는 거대한 인공폭포와 수경시설을 갖춘 960㎡의 야외 공연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곳의 넓은 규모에 맞게 설치될 화려한 조명은 멀리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들까지 볼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부평근린공원과 부평 GM대우 자동차 앞길, 문학공원 장미원지구, 가좌·가정공원에도 다양한 콘셉트의 친수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들 지역에 만들기로 한 것은 주변 지하철의 지하수나 공원 내 비상급수시설의 물을 재활용해 수경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지난 2002년 개방된 부평근린공원. 이곳에는 녹지는 물론이고 주민들의 편의시설인 농구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등이 조성돼 있다.

이곳 인근에서는 마침 그냥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수질을 갖춘 지하수가 솟아났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 사업비가 부족해 생태연못이나 시냇물 등을 설치하지 못하고 배수구로 그 물을 그냥 흘려버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버려지는 지하수를 이용해 수경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게 인천시의 생각이다. 이곳에 높이 5 정도의 폭포와 40 길이의 시냇물을 만들려는 것이다. 또 어린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는 물놀이장과 연못 등도 설치하려고 한다.

부평 GM대우 자동차 앞길과 부평구청 앞길에도 개울길을 만들어 도시 경관을 확 바꾼다고 한다.

이곳에도 인천지하철 1호선 갈산역 지하수가 GM대우 자동차 내부 배수로를 통해 하수구로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물을 이용해 대우자동차 앞길에는 700정도의 실개울을 조성해 수생식물을 심겠다는 구상이다.

또 부평구청 앞에도 1.2㎞의 실개울을 조성, 이 물길을 따라 생태연못과 쉼터를 만들어 이곳을 오가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쓰려고 한다.

도로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차량이나 사람이 다니는 것에 중점을 두던 것에서 벗어나 한 지역의 놀이터나 공원으로 도로를 이용하겠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또, 서구 가좌·가정 어린이 공원도 리모델링 사업을 하면서 공원 내의 비상급수시설의 물을 이용해 실개천과 분수 등을 만든다.

▲ 친수공간이 조성된 인천 중구 답동의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진입로 구간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고 생태도시로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문학공원 내에도 생태연못과 인공폭포 등을 설치하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시 전역으로 야경이 있는 녹지 친수공간을 확대 설치해 삭막한 인천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고 살기좋은 물의 도시 인천이라는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도심 기온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