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에는 재테크방법론에 관한 책들이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주식이 급등장이면 관련 책의 판매가 늘고,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라도 하면 관련 서적은 대박행진을 이어나간다. 이는 성별,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중장년층의 관심사 정도로 여겨졌던 재테크는 이제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

베스트셀러중 재테크 관련서적은 꼬박꼬박 챙겨본다는 회사원 서모(36·성남시 분당구)씨는 비단 자신뿐만 아니라 직장동료들도 재테크에 대한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21세기는 전국, 전국민이 재테크 열풍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는 좁다! 부동산 해외투자 열풍
재테크란 월급을 아껴 매달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이라 믿는 직장인은 이제 드물다. 청약저축, 주식, 펀드,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금융상품은 재테크의 기본이고, '재테크의 효자'라 불리던 부동산투자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대됐다. 해외부동산 투자의 경우 정부의 잇단 해외투자 규제완화에다 원화 상승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특히 올초 정부가 개인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한도를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로 상향 조정키로 하면서 해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설명회와 박람회마다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뉴욕 현지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중인 한 관계자는 "유학중인 자녀를 위해 주택을 구입하고 더불어 집값 상승으로 투자효과까지 볼 수 있어 해외에 투자하려는 재테크 투자자들이 많다"며 "해외로의 투자는 여러가지 위험부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가마다 특성이 달라 위험변수도 많은 게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의 경우 투자 수익률이 높다고 광고하지만 국가 자체의 정치적 변수가 많고, 두바이 등 일부 지역은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국적부동산서비스회사 CBRE 임동수 부장은 "넓게는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개발계획, 좁게는 과거 매매가 및 임대가 추이, 공실률 현황, 향후 공급물량, 이자율, 환율, 정치 안정성까지 꼼꼼히 수치화해 따져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해외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현지인이나 전문가의 도움없이는 관리가 힘들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중적 금융 재테크로 떠오른 '펀드'
올초 야후!금융에서 진행한 '2007년 가장 뜰 것 같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질문에 총 4천85명의 참여자 가운데 38%가 '펀드'를 꼽았다. 그동안 펀드의 인기가 지속돼 올해 압도적인 고수익 상품이 등장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해외펀드에 대한 기대감, 증시 중장기 상승추세 예측 등으로 펀드를 활용한 재테크 관심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난 2005년 수익률이 굉장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같은 해 12월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4조원 가까이 늘었다. 또 대형펀드의 결산후 재투자분이 포함되긴 했지만 지난해 1월에도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무려 6조원 넘게 폭증하기도 했다.

이와 궤를 같이하며 해외펀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펀드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국펀드, 베트남펀드, 해외리츠펀드에 집중됐다. 최근에는 일본펀드와 유럽펀드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물, 대체에너지, 농업 등 글로벌 환경 테마 주식형펀드도 투자자들의 관심대상으로 합류했다. 관련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급증하면서 넉달동안 1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올 3월 이후 잇따라 출시된 글로벌 환경관련 테마펀드에 1조2천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물(水)펀드가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빨아들인 데다 대체에너지와 환경 등의 펀드들도 속속 선보이며 자금몰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금융 재테크의 첨병으로 여겨졌던 펀드수익률이 고전을 면치못하는 상황이 최근 연출되자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고수익을 기대했던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으며, 이와함께 연초 국내 증시의 조정국면이 연중 지속되면서 뒤늦게 뛰어들었던 투자자들 역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거나 손실을 입고 있다. 제로인 펀드분석팀 허진영 과장은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려는 욕심때문에 이런 뒷북투자가 성행한다"며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적 등을 분명히 정립하고 이에 맞춰 투자한다면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테크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미술시장
요즘 미술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이름의 화가 그림은 시장에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심지어 매수 예약마저 밀리는 등 증시나 부동산시장 못지않은 활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술품이 자산증식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생겨난 현상인데 실제 미술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최근 미술전시 행사장에는 작가와 관람객을 비롯 재테크 투자자들이 또다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지난 5월 개최된 '제7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경우 5일간의 일정에 7만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는 국내 미술시장에선 드문 일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작품을 투자대상으로 보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는 거액을 보유한 자산가들의 취미정도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개방된 것이다.

그러나 미술품이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한 방편으로 떠오르면서 과열 양상에 부작용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미술품 투자도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의 분산 투자에 적합한 대상"이라며 "그러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투자인 만큼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