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문화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아파트 단지별로 결성된 부녀회와 동대표 모임 등이 시정과 구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단위 아파트를 넘어, 지역별로 모이고 연합회를 결성해 아파트공동체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시키고 있다. 이들은 또 아파트 주민들의 권익찾기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운동으로까지 관심영역을 확산시키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 8월21일 오후 4시께 인천시청. 부평미군기지 주변 동아1·현대2·우성아파트 등 동대표 5명은 안상수 인천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부평미군기지터에 대학병원을 유치한다는 시의 계획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대표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전체부지 61만5천㎡ 가운데 22%가 넘는 13만6천㎡에 대학병원이 들어설 경우 공원·녹지비율이 47%대로 떨어진다"며 "지역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질 역시 떨어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시장과의 면담으로 당초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아파트 주민들이 시와 구청의 행정에 반대의 목소리만 내는 것은 아니다. 서구아파트연합회(회장·한규남)는 지난 8월 서구청에 건의, 구청의 협조를 받아 서구 검암2지구 은빛마을을 지나는 2개 도로를 주말과 공휴일에는 자동차가 없는 거리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구청은 예산을 들여 자동차 없는 거리에 표지판과 편의시설을 세우고 아파트 주민들은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 논현지구 신영아파트 입주예정자 대책회의.  
아파트 단지별로 결성된 부녀회와 동대표 모임 등이 시책과 구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단위 아파트를 넘어 지역별로 모이고 연합회로 결성하면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사)인천시아파트연합회(이하 인아련) 박주남(49) 회장은 "단위 아파트가 목소리를 내면 조그만 파장에 그치기 쉽지만 이처럼 아파트 단지가 힘을 합치면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아파트 공동체 문화가 결국 지역문화를 형성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박길상 협동사무처장은 "아파트 단지의 부녀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주민자치기구가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며 "아파트 주민들의 자치활동 기구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삶속에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학교"라고 평가했다.

인천지역 아파트 공동체 운동의 구심점에는 지난 2003년 12월에 결성된 인아련이 있다. 인아련에는 현재 인천시내 전체 아파트 1천여개 단지 중에서 200가구 이상 아파트 560개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장과 동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회원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올 연말에는 400개 단지로 확대될 것으로 인아련 관계자는 내다봤다.

인아련의 결성은 단위 아파트에서 해결할 수 없는 지역적이거나 전국적인 문제에 대해 아파트 단지가 서로 연대하기 위해 결성됐다. 부평미군기지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미군기지터 활용방안 목소리는 지역적이다. 지난 2006년 인아련이 한전으로부터 받아낸 '전 소유주의 체납 전기료는 3개월분까지만 변제한다'는 약속은 인아련의 노력으로 전국 아파트주민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에서 체납된 전 소유주의 관리비(전기·수도·오물요금, 난방비, TV수신료 등)를 경매로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낙인에게 승계되지 않는다는 현행 법에 대한 법 개정 운동도 펼치고 있다. 아파트는 단체계약에 따라 전기·수도요금 등의 관리비가 1개의 납부서로 일괄 부과된다. 관리소는 선수 관리비 등으로 우선 납부하고 추후 각 세대별로 사용량에 따라 차등부과하고 있다. 이때 어느 세대가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나머지 다른 세대가 납부하지 않은 세대의 관리비를 대신 납부하는 셈이 된다. 이는 민법의 자기과실책임원칙에 어긋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인아련의 주장이다.

인아련의 활동은 아파트 주민들의 권익찾기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아련은 지난 8월 '강화 친환경 쌀 사랑운동'과 'GM대우차 타기 운동' 등 지역 물품 소비운동으로 지역경제에도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0월에는 2009년 인천에서 개최예정인 세계도시엑스포를 지원하기 위한 '명품 아파트 만들기 전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명품아파트 만들기 대회'에는 엑스포 행사 예정지인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인천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홈스테이 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인아련은 이러한 활동 소식을 매월 발간하는 '월간 아파트 사람들'을 통해 인천 아파트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매월 2천500부 가량 발행되는 이 잡지는 단위 아파트 동대표와 관리소장, 부녀회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인아련 박주남 회장은 "홈스테이운동으로 인천을 방문하는 외국인 손님들은 인천사람들이 사는 진솔한 모습을 보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인아련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파트 사람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숨쉬는 NGO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