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새벽(한국시간) 바레인 마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바레인전에서 후반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킨 한국올림픽대표팀의 강민수(왼쪽에서 두번째)가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박성화호(號)가 죽음의 중동 원정에서 복병 바레인을 물리치고 6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바레인 마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B조 2차전 원정경기에서 후반 19분 수비수 강민수의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로 홈팀 바레인을 1-0으로 제압했다.

   지난달 22일 우즈베키스탄과 홈 1차전 2-1 역전승에 이어 쾌조의 2연승(승점 6)을 달린 올림픽호는 바레인(1승1패.승점 3)을 밀어내고 B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무려 40℃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와 중동 텃세, 경고 누적에 따른 주전 공백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한국은 바레인을 상대로 올림픽 예선 4전 전승을 이어갔고 1992년 이후 올림픽 최종예선 15년 불패 행진(11승2무)을 계속했다.

   특히 지난 7월 아시안컵에서 베어벡호가 바레인에 당한 불의의 패배로 진 빚을 아우 태극전사들이 적지에서 시원하게 갚아줬다.

   최종예선 최대 고비를 넘겨 본선행에 탄력을 붙인 올림픽호는 12일 오후 8시 상암벌에서 시리아와 3차전을 갖는다.

   박성화 감독은 신영록을 원톱에 놓고 백지훈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렸다.

   김승용, 이상호를 좌우 날개로 꽂고 수비형 미드필더 오장은, 기성용으로 1차 저지선을 짰다.

   포백엔 김창수, 김진규, 강민수, 신광훈이 섰고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기존 주전 이근호, 이승현, 최철순이 빠져 신영록, 이상호, 기성용, 신광훈 등 청소년대표가 4명이나 선발로 포진했다.

   바레인은 이스마일 압둘라티프를 전방에 놓고 역습을 노렸다.

   한국은 전반 11분과 13분 김승용의 두 차례 슛이 수비 벽에 굴절된 뒤 서서히 공격 수위를 높였다.

   전반 중반엔 잠시 소강 상태. 28분 무바라크 아이시의 프리킥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전반 막판 태풍 같은 파상 공세를 폈다.

   34분 이상호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김승용이 머리에 맞췄지만 골 포스트를 빗나갔고 1분 뒤 반대로 김승용의 크로스를 골키퍼가 쳐내자 이상호가 흘러나온 볼을 잡아 왼발 슛을 때렸지만 뜨고 말았다.

   37분 오장은의 중거리포도 크로스바를 넘어간 한국은 38분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상호, 백지훈의 연결로 기막힌 스루패스가 나왔고 문전 오른쪽 사각에서 김승용이 회심의 땅볼 터닝슛을 때렸는데 볼 꼬리는 왼쪽 골 포스트를 스치듯 빗겨나갔다.

   전반 막판 정성룡이 압둘라티프와 머리를 부딪혀 골키퍼가 송유걸로 교체된 한국은 후반 4분 위기가 있었다.

   위험 지역에서 바레인의 프리킥이 수비벽을 뚫고 골문 앞에서 바운드된 것을 송유걸이 몸을 날려 쳐냈다.

   후반 6분 기성용이 수비수 태클에 흘러나온 볼을 낚아채 네트를 갈랐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후반 14분 김승용의 문전 돌파가 골키퍼 무릎에 걸려 무산된 뒤 한국의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주인공은 의외로 수비수 강민수였다.

   후반 19분 김승용이 직접 얻어낸 프리킥을 미드필드 왼쪽 터치라인 쪽에서 날카롭게 감아 올리자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강민수가 돌고래 점프로 솟구쳐 올랐다.

   강민수는 볼의 진행 방향대로 머리를 돌려 가속도를 붙이는 잘라먹기 헤딩 슛으로 굳게 닫혀있던 바레인 골망을 세차게 출렁였다.

   김승용은 1차전 이상호의 골을 배달한데 이어 두 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올렸다.

   완벽하게 머리에 명중한 강민수의 슈팅에 골키퍼 자파르 압바스는 손쓸 틈이 없었다.

   후반 23분과 25분 김승용, 백지훈의 슛이 빗나간 뒤 박성화호는 세 차례 위기를 맞았다.

   수비진이 다소 느슨하게 볼을 돌리다 26분 알 다킬, 29분 압둘라티프, 막판 아이시에게 슈팅을 내줬지만 송유걸의 선방으로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직후 '맨 오브 더 매치'는 중원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기성용이 뽑혔다.

   한편 한국과 같은 조 우즈베키스탄과 시리아는 득점없이 비겨 두 팀 다 1무1패(승점 1)에 그쳤다.

   A조 북한은 호주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4분 마크 밀리건에게 헤딩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해 초반 2연패로 몰렸다.

   북한은 전광익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해 땅을 쳤다. 지난달 23일 홈에서 레바논에 0-1로 진 북한은 2전 전패, 호주는 1승1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