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이 내년 중반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가운데 일부인 3만여명을 철수하자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의 건의안을 놓고 또다시 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올해 초 이라크에 추가 파병된 미군 3만여명을 내년 7월중순까지 단계적으로 철수하자는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건의를 수용할 것으로 11일 알려진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가 '3만여명 철수로는 부족하다'며 이를 거부할 방침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의 미 의회 증언 및 이라크 미군증강 평가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미국에서 큰 논란의 대상이었던 이라크 미군 철수 문제가 정치적 접점을 찾기는 커녕 부시 행정부와 민주당간의 대립이 심화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이틀간의 상.하원 이라크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이라크에 추가 파병된 미군 3만여명을 내년 7월중순까지 철수하자는 건의를 수용키로 했으며 이번 주 후반부로 예정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되는 연설에서 이라크 전쟁에 파병된 미군들이 조속히 귀환하기를 바라는 미국 국민들의 깊은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이라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이라크 주둔 병력수를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결심했다고 밝힐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라크 미군 병력을 증파 이전 수준인 13만명으로 감축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선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제시했던 것보다 더 엄격하게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 16만8천명이 주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이라크 현지 군 지휘관들의 건의를 토대로 이라크 미군 철수 시기 및 규모에 관해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13일 오전 9시 이라크 정책을 밝히는 대국민 연설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날도 성명을 통해 이라크에서의 성공은 미국의 적들에게 "가공할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이라크전 승리를 위해서는 미군의 장기 주둔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자들을 초청, 이라크 미군 철수문제에 대한 의회의 의견을 들었으나 민주당 지도부는 회동을 마친 뒤 '내년 중반까지 이라크 미군 병력 3만여명 철수'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퍼트레이스 장군이 밝힌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이라크 전쟁을 10년 더 지속하는 길"이라며 퍼트레이어스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미국민의 지능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펠로시 의장은 퍼트레이어스의 의회 증언이 "이라크에서의 끝없는 전쟁만이 부시 행정부의 유일한 대안"임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미군 증강을 멈추고 철군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칼 레빈 상원의원은 증강정책이 주효하고 있다는 주장은 "지겨운 기만"이라고 반박했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퍼트레이어스의 설명이 "불신을 억지로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임무전환이 빠졌다"고 지적했고,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은 퍼트레이어스 장군에게 "장밋빛 안경을 벗으시오. 우리는 끝도 보이지 않는 내전의 한 가운데, 모든 오류의 복판에 우리 군대를 보내고 있다"고 공격했다.

   심지어 공화당의 척 헤이글 상원의원도 "미국민의 피와 재산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투자하겠다는 말이냐? 무얼 위해서?"라고 추궁했다.

   부시 행정부는 수 주 내로 5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전쟁 비용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민주당은 이라크 미군 증강 평가 보고서가 제출되면 이를 토대로 이라크 전쟁비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왔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증파된 미군 3만명 철수 계획만을 고집할 경우 이라크 전쟁비용 승인을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간의 힘겨루기가 또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