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나 신문 지면, 또는 각종 카탈로그 등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광고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이 될 것이다.

홍보의 극대화를 노리는 기업체는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뭔가 '한 방'이 필요하고 소비자들의 성향과 시장이 변화하면서 광고의 기법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요즘 도심속에서 종종 눈에 띄는 광고를 볼 수가 있다. 건물 벽면 전체에 그림을 그려넣거나 사진을 내건 방식의 광고 형태들이다. 요즘 신종 광고기법인 '래핑(wrapping)'이다. 래핑이란 벽이나 기둥 혹은 차체 등의 겉면에 실사 출력한 인쇄물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광고. 마치 랩으로 포장하듯 덧씌워 노출시킨다는데서 이름이 붙여진 광고 기법이다. 이러한 광고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광고는 문화고 예술작품이다
광고의 궁극적 목적은 다수의 소비자로 하여금 자사의 재화를 구입하도록 심리적으로 자극을 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따라서 광고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전체적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사회적인 코드와 개념이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광고는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코드로 만들어져야만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소비자가 쓰는 언어적·비언어적 코드, 감성적 자극으로 이들 코드의 조합이 바로 넓은 의미의 '문화'이고 문화 없는 광고는 그저 일방적으로 소비자를 향해 '쏘아대는 돌아오지 않는 화살'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광고의 시대적 발달은 분명히 시장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시장이 대기업의 규모와 가능성을 마케팅하던 시대에서 차별화된 브랜드를 판매하는 시대로 들어서면서 독창성과 차별화를 주무기로 승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어오는 과정에서 다름아닌 '광고에서의 문화'라는 코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닌 당연한 것이고 문화란 상당히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코드라는 것. 특히 '창의성'이 가미되는 광고는 곧 예술작품이라고 까지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 이미지의 변신, 래핑 광고
'래핑(Wrapping) 광고'란 인쇄된 필름으로 차량이나 건물을 감싸는 광고기법으로 래핑 마케팅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4~5년 전 정도로 래핑 마케팅이 주로 이용되었던 것은 직배회사 화물차량이나, 택배, 각종 기업의 탑차나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승합차였다.

하지만 최근 2년새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랩핑버스 광고이다. 이 래핑버스 광고는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문적으로 래핑버스를 시공하거나 렌트 뿐만 아니라 홍보 이벤트까지 해주는 광고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후 각 기업체에서는 건물 외벽에 자사 제품 또는 기업 이미지와 관련된 사진과 그림을 붙여놓게 되면서 마치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할 만큼 도시의 거칠고 황량했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까지 했다.

국내 래핑 광고의 시작을 알리기 시작한 때는 바로 지난 2002년이다. 월드컵 홍보용으로 처음 도입되면서 광고업계에서는 최고의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되었고 그에 따른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이후 기업 마케팅의 홍보 방식으로 이용돼 오던 래핑은 개인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로 까지 이어지게 된다.

광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시와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래핑한 건물과 차량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도시의 이미지는 보다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을 보여주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를 보는 일반인들은 "기발한 아이템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탁월한 홍보 전략이다"라든가 "길을 지나다 래핑 버스를 보거나 건물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유심히 보니 호기심도 생기고 신선해서 흥미롭다"고 래핑 광고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불법이냐 아니냐
하지만 '래핑 마케팅'이 획기적인 광고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로 인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차량의 전체를 래핑하는 '래핑버스'는 시작된 지 5년 정도 됐지만 아직은 법적으로 '래핑버스' 광고는 허용되지 않고 있고 실제로 현재 운행 중인 '래핑버스'는 모두가 불법차량이라는 점이다.

래핑 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차량에 래핑광고를 부착할 경우에는 창문 부분을 제외하고 차체 측면에만 광고물을 부착 할 수 있으며, 광고물의 크기 또한 차량 측면의 절반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잘 알지 못할 뿐더러 알고 있어도 실제 이행하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래핑 마케팅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차량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예 차량 전체를 래핑하는 추세로 어찌보면 시공업체나 기업들도 불법 사항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홍보'라는 사활을 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는 과도한 광고 부착으로 인한 차량의 교통사고 위험과 불법 광고물의 난립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래핑버스 또는 건물 외벽의 래핑 광고에 대한 단속이나 현황파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행법상 래핑 차량을 발견하더라도 광고물을 제거할 수 있는 기간을 7일에서 최장 15일까지 부여하고 이후 실행되지 않았을 경우 이행 강제금(최고 500만원)을 부과하게끔 되어 있다.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지하철과 버스 터미널 등지의 공공 시설에 기업체의 제품 홍보 래핑은 한편으로 도시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광고가 가진 문화 예술적 측면의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단순한 보여주기라는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와 함께 적법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세워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