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화초교 이철규 교사는 "창의력은 다양한 의견 교환과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데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이상적인 학습 모델이라는 '무지개 학습 모델'을 적용해 창의력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철규 교사와 수원 영화초교 3학년 4반 학생들의 수업 시간을 살짝 엿봤다.
[1] 학습 전 단계 : 정서적 분위기 조성
노을 빛 냇물 위에 작은 꽃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지난 2일 수원 영화초등학교 도서관. 3학년 4반 36명의 학생들이 스크린에 가사를 보며 예민의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36명의 학생들은 6명씩 6개조(공기·지구·네잎클로버·방울꽃·자연·영화어린이)로 나뉘어 앉아있었다.
[2] 1단계 : 원생산 단계
드디어 오늘의 미션이 공개됐다. 도서관 정면 스크린에는 학생들이 미술시간에 흔히 사용하는 커다란 딱풀이 서서히 떠올랐다. 오늘의 미션은 '접착제를 찾아라'. 우리 주위에서 접착제를 찾아 자신의 '창의력 학습지'에 5개 이상 쓰면 된다. 제한 시간은 3분. 미션 수행에 앞서 이철규 교사는 "서로 분리된 물질의 표면을 붙여 결합시키는데 쓰이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미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은 푸짐한 상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오늘은 학교 앞 둘리분식에서 협찬한 '떡볶이 시식권' 2장.
어린이들은 잠시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각자 창의력 학습지에 뭔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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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은 금방 흘러갔고 팀 별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브레인 스토밍(Brain-Storming)'. 팀원들끼리 각자의 생각을 나눠보고 나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팀원들은 생각해 냈던 접착제들을 내 창의력 학습지에 보충하는 시간이다.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가 난무했던 '지구팀(팀장·지혜경)'의 토론을 살짝 엿들어 봤다.
지혜경 : 난 '물풀'하고 '본드' '강력 본드' 밖에 못 찾았어. 너희는?
송성환 : 난 시멘트!
지혜경 : 시멘트? 찐득찐득하지만 말라야 벽돌이 서로 붙는 것 아닌가 ?
박지혜 : 난 시멘트도 접착제라고 생각하는데…. 본드도 말라야 서로 붙일 수 있잖아.
이정현 : 진드기는 어때?
이정은 : 그건 곤충이잖아. 곤충이 어떻게 접착제가 되냐?
최치훈 : 초강력 본드는 어때? 그건 곤충도 아니고 찐득찐득한 액체잖아?
지혜경 : 그건 내가 말했던 강력 본드랑 똑같은 것 아닌가? 오히려 자석이 접착제 같은데. '자석 필통'을 보면 필통하고 필통 뚜껑을 붙여주거든.
송성환 : 자석은 달라붙는 성질이 있긴 하지만 액체가 아니잖아.
지혜경 : 액체만 접착제라고는 할 수 없어!
[4] 3단계 : 재생성 단계
오늘은 김상훈(자연팀) 군과 이지한(영화어린이팀) 군의 '토론 배틀'이 벌어졌다.
자연팀이 "호치키스도 접착제다"라고 발표한데 대해 영화 어린이팀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김 군은 "호치키스는 여러 장의 종이를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에 접착제"라고 주장했다. 이 군은 그러나 "종이를 묶어준다고 해서 호치키스가 접착제라면 집게나 끈도 접착제일 수밖에 없다"며 "호치키스는 접착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5] 4단계 : 심화 발전 및 정리 단계
학생들의 열띤 토론이 끝나자 이철규 교사가 앞으로 나와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이 교사는 그러나 일일이 정답/오답을 가르쳐 주진 않았다.
이철규 교사는 "접착제인지 아닌지 정답/오답을 가려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학생들에게 나만의 생각이 아닌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