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을 이용해 접착제를 만든다?' 홍합은 바위에 달라 붙을 때 지름 2㎜의 족사(足絲)에서 접착성이 강한 단백질을 분비한다. 이 족사 하나가 무게 10㎏ 안팎의 물체를 들어올린다. '홍합 접착제'는 수술용 실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홍합 추출 단백질 1 가격은 수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처럼 생물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귀중한 자원으로 자리잡으면서 세계 각국은 생물자원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생물주권을 확보하라!

10일 개관하는 인천시 서구 경서동 종합환경연구단지내 국립 생물자원관은 '종자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597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운 시설이다.

유럽연합(EU)의 조사에 따르면 21세기 기간산업이라 불리는 생물산업 세계시장 규모는 5천억~8천억 달러 수준.

1993년 발효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이 국가소유 생물자원 권리를 인정하면서 국가간 생물확보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18세기 이후부터 정부 지원 아래 생물자원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1759년 설립된 영국 큐식물원은 식물 2만종과 표본 600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1820년부터 전세계에서 각종 작물 56만여점을 확보해 유전 정보 전산망을 구축했다. 일본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생태연구 분소를 만들어 각종 생물자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생물자원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였다.

#이 순간, 한국에 있는 모든 생물과의 만남

생물자원관은 생물 표본을 만들고 저장하는 수장·연구동뿐 아니라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전시·교육동으로 구성됐다. 전시관은 순차적인 스토리라인을 갖춘 6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자원관을 찾은 이들은 전시·교육동 1층 로비에서 시작해 주제별로 생물의 다양성(1ZONE), 한반도의 생태계(2ZONE), 생물자원의 활용(3ZONE), 생물자원의 감소와 보전 노력(4ZONE) 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박종욱 관장은 "자연사박물관과는 달리 화석을 다루지 않고, 자생종만을 전시하는 게 전시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는 985종의 생물 4천600여점의 실물표본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는 하천·산림·갯벌 디오라마가 있어 각 생태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또 뻐꾸기, 호랑지빠귀, 크낙새, 들꿩, 박새 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기를 마련해 두었다.

한편 자원관은 '알'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전을 오는 12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기획전시관에 가면 알은 왜 둥근지, 알도 숨은 쉬는지, 사람도 알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밖에도 전시·교육동에는 제주도 한라산 정상 부근의 모습을 축소, 재현한 '곶자왈 생태관', 어린이 체험학습실, 정보자료코너 등이 마련돼 있다.

자원관 김진한 연구관은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생물 자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면서 "개관 후 디자인과 조명을 개선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증축해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 최대 규모의 생물 수장 시스템 확보

생물자원관이 수집한 모든 생물 표본은 소독을 거친 다음 13가지 분류군별로 나뉘어 각 수장고에 보관된다. 규모(1만2천350㎡)로 따지면 동양 최대고 운영시스템 또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장고에 보관 중인 표본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벽면에는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조습패널을 설치했고, 탈색을 방지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등을 설치했다.

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우리 기술로 만든 자원관이 향후 국내에 들어서는 자원관 시설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서 "어디에 내놓아도 하드웨어는 안 딸린다"고 자부했다. 생물자원관은 현재 수장·연구동에 118만여점의 생물 표본을 소장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15개 수장고에는 모두 1천100만점의 표본을 수장할 수 있다.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1억2천만점),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6천만점), 프랑스 파리 자연사박물관(7천만점)에 비하면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늦었지만 생물자원관의 개관으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생물자원 보전·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생물자원 강국 도약을 위한 '신호탄'을 쏘게 됐다.

일반 관람은 11일부터 가능하며 관람자는 희망일로부터 최소 1주일 전에 인터넷(www.nibr.go.kr) 또는 전화(032)590-7000 로 예약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