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로서, 교사로서 그림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분이셨습니다."

   1956~58년 인천송도고등학교에서 황추 선생의 지도를 받았던 제자 화가 박송우(66)씨.

   박씨는 1957년 고2때 친구, 후배들을 모아 미술부를 창설했단다. 이 때 황 선생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박씨는 "원래 기계체조를 하다가 선배들이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며 "황 선생님에게 찾아가 미술부를 만들겠다고 하니깐 너무나 좋아하시면서 지원을 해줬다"고 회상했다.

   황추 선생은 본인의 작품 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학생들의 교육에도 무진 애를 쓰셨단다. 박씨는 "그동안 한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석고 데생이 미대 입시 실기시험 과목인 것을 알고 당황했던 적이 있었는데 황 선생님이 직접 서울에 가서 비너스 상을 사가지고 오셨다"며 "그 때 석고 데생을 한번 해보고 시험을 봤는데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미술 재료조차 구하기 쉽지 않던 터인데 황 선생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다.

   그 뒤로 박씨도 인천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황 선생과의 인연은 계속됐다고 한다. 그는 "황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면 저한테도 보여주시면서 의견을 물으시곤 했고 미국에 가서도 종종 연락을 해 미국으로 들어와 함께 지내자고 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황 선생님이 1993년께 한국에 와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 일일이 대화하던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가셨었는데 1년뒤 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서 왠지 이전부터 (죽음을) 준비하셨던 것이 아닌가하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제가 교사를 해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개인 작품활동까지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는데 황 선생님은 항상 점잖게 여유있는 모습을 지니면서 그림에 매진했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윤문영기자·moono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