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서 로스쿨 총정원을 2009년 첫해 1천500명으로 보고한 이후 로스쿨 유치를 추진해온 전국의 대학들이 벌통을 쑤셔 놓은 듯 난리다.

3천명 정도의 정원을 기대했던 이들 대학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수치다. 밥그릇을 지키려는 재야 법조계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이런데도 불구 교육부가 정원을 고수하면서 사태는 점점 더 악화돼 갔다.

지난 23일 로스쿨을 추진중인 전국 47개 대학중 법과대학학장 협의회 소속 36개 대학이 협의회에 로스쿨인가신청 거부 서명서를 제출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보다못한 국회가 같은날 "로스쿨법을 뜯어고쳐서라도 정원을 늘리겠다"며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위 소속 최순영(민주노동당) 의원은 로스쿨 정원을 4천명으로 하는 로스쿨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고 김진표 대통합민주신당 정책위 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고위 정책조정회의에서 "신당은 2009년도에 최소 2천명, 2013년에는 2천500명까지 늘려야 한다"며 "교육부가 끝까지 1천500명을 고집하면 다른 정당과 협의해서 법을 다시 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2천명이상 확보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로스쿨이 뭔데 이 난리일까?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올바른 로스쿨법 제정을 위한 전국법학교수 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이 정부의 로스쿨 법안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활건 대학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법조인을 배출했는가는 대학간 서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특히 국가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회의원 등 국내 정치인의 상당수가 법조인 출신이라는 사실은 대학들이 로스쿨 설치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로스쿨의 총정원으로 대학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기대치에 턱없이 못미친 이번 교육부의 총정원은 대학들을 일제히 반발하게 한 기폭제가 됐다. 대학들은 현재 로스쿨 총정원을 늘리기위해 서로 힘을 합쳐 교육부의 밀어붙이기 정책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일단 총정원이 정해지고 나면 대학들간 로스쿨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 관망하는 재야법조계=국내 변호사업계는 애초부터 로스쿨 도입에 찬성하지 않았다. 대한변협은 로스쿨이 변호사를 대량 양산해 법률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총정원을 최대한 줄이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여 총정원을 발표했다는 것이 대학들의 설명이다. 실제 수도권 지역의 한 중견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이 한꺼번에 배출되다보면 당연히 수임료가 떨어질 것이고 이는 국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법률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정부의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어느 정도는 부합하겠지만 전관예우 등은 여전히 계속돼 변호사들 사이에 빈익빈부익부 현상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로스쿨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로스쿨에 대한 이같은 비판적 시각은 비단 변호사업계 뿐만 아니라 제도권 법조계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발등에 불 떨어진 경인지역 대학들=교육부의 로스쿨총정원 발표에 대해 경인지역 대학들은 "로스쿨신청 자체를 보이콧해야 한다"며 극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오래전부터 로스쿨 유치를 추진해온 아주대의 백윤기 법대학장은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 "1천500명이라는 숫자는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라며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등을 통해 로스쿨 신청 자체를 보이콧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천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로스쿨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온 인하대의 김민배 법대학장은 "교육부의 결정은 법조계의 의견만을 반영해 기존 법조인 배출 숫자에 맞춘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학장은 이어 "1천500명으로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며 결국 로스쿨이 소수자에게만 기회를 주는 셈"이라며 "정부가 로스쿨을 할 의지가 있는건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인지역 대학들은 교육부가 로스쿨 총정원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역간 균형을 고려토록 한 로스쿨 법에 따라 경인지역내 일정 TO가 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일각에서 "로스쿨정원은 기존에 배출된 법조인수에 비례해 배정돼야한다", "지역안배를 하는 것은 또다른 차별이다"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경인지역에 로스쿨이 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경인지역 대학들의 로스쿨 유치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주대 백윤기 법대학장은 "교육부가 이같은 지역균형 조항에도 불구 경인지역을 수도권으로 분류해 로스쿨 인원을 배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경인지역은 법률서비스 불모지역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