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쿨법은 국회를 통과했으나 정원과 대학선정이 안돼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 이모(35)씨는 지난달말 회사내 대학동기로부터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 평소 서로 바쁜 관계로 연락도 뜸했는데 갑작스레 '29일 ○○에서 로스쿨 설명회 개최, 참가희망하면 ○○사이트를 참고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공지받은 것이다. 입사전 사법시험 실패라는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대학동기이자 직장동료로부터의 메시지는 잔잔한 이씨의 마음에 큰 파도를 일으켰다. 다시는 사법시험관련 책도 잡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씨지만 지금 직장생활에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고 있던터라 이내 마음이 움직였다.

회사동료를 따라 설명회장에 참석한 이씨. 그는 이곳에서 다시한번 충격을 받았다. '참석자들이 얼마나 되겠어. 천천히 가도 자리가 있겠지'하고 내심 게으름을 피워 행사장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었다. 주말이라 의상은 캐주얼복장이 많았지만 얘기를 듣자니 대부분 처지가 비슷한 직장인들이었다.

'나처럼 직장에 불안을 느끼고 로스쿨에서 해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구나'하고 생각하게 된 이씨는 학비만 있으면 로스쿨에 쉽게 입학할수 있겠다고 판단했지만 순간 착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씨는 서둘러 온라인강의 및 각종 스터디모임을 살펴보고, 업무가 다소 한가해지는 연말에 맞춰 강의를 들으려고 계획중이다.

지난 7월 로스쿨 법안이 전격 통과된 이후 직장가가 술렁이고 있다.

아직 로스쿨 정원수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오는 2009년 실시되는 시기에 맞춰 이미 상당수 직장인들은 본격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를 부추기기라도 하듯 로스쿨에 대한 기대심리와 함께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 온·오프라인 학원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로스쿨 정원수가 얼마나 될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일부에선 기대이상의 관심에 관련업계들이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실제 강남에 밀집한 로스쿨 관련학원들은 몰려드는 수강생으로 분주하다. 퇴근후 저녁 7시면 학원일대가 직장인들로 붐벼 고시학원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회사 눈치보느라 온라인 강의를 청취하는 직장인들까지 따지면 그 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중순 무료강좌를 실시한 한 법학원의 경우, 이틀만에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등 열기를 실감케 했다. 앞의 경우처럼 설명회가 성황을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서적도 직장인들의 관심속에 서점가 목좋은 곳에 배치되고 있다.

로스쿨 관련 A학원 관계자는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일부는 본격적인 입학시험준비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제한후 "그러나 아직까지 주변 눈치를 보느라 인터넷이나 설명회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입학 전형절차 윤곽이 드러나는 내년 2월말이 되면 시장은 몰라보게 확대돼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남에서 시작된 열기는 내년이면 수도권을 비롯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업계간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로스쿨에 입학한다 하더라도 매년 수천만원의 학비가 드는 점, 또한 당초 입학정원에 대한 기대와 달리 그 폭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란 점은 직장인들의 로망에 제동을 걸고 있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 및 직업적 안정성을 찾기 위해 로스쿨에 도전하려는 직장인들의 향배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