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한국야구의 발상지로 '구도(球都)'라 불리며 100여년이 넘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 이에 2000년 창단한 SK 와이번스의 올시즌 한국시리즈 제패는 인천 야구팬들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지난달 29일 문학벌에서 울려퍼졌던 우승의 환호성이 아직 귓가에 생생한 가운데 과거 인천의 프로구단을 중심으로 인천 야구를 돌아본다.

인천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은 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현대 유니콘스에 이어 지금의 SK 와이번스까지 다섯 번이나 팀이 바뀌었다.

프로야구 태동기엔 인천에 야구팀 없이 출발할 뻔도 했고 그 이후에도 인천 연고팀은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늘 하위권을 맴도는 팀 성적과 연고 구단 모기업의 부실로 인한 잦은 팀 매각. 또 믿었던 팀의 배반으로 연고팀이 없어질 위기까지, 참으로 인천팬들은 힘들게 지역 야구를 지켜봐왔다. 그만큼 지역팀의 한국 시리즈 우승은 인천 야구팬들의 숙원이었다.

26년의 프로야구 역사속에 인천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몇몇 시즌이 있었다.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89년과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94년(이상 태평양), 첫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98년(현대)은 인천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94년 태평양 돌핀스는 김홍집과 최창호, 정민태의 선발진에 마무리 정명원을 앞세워 정규리그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으며, 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3연승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LG의 '신바람 야구'에 밀려 4연패로 한국 시리즈 제패엔 실패했다.

LG와 맞붙은 94년 한국 시리즈를 떠올릴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투수 김홍집이다. 상대 선발 이상훈과 1차전 맞대결을 펼친 김홍집은 비록 연장 11회말, 김선진 선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으면서 패전의 멍에를 쓰기는 했지만, 그날 가장 특별했다. 13년간 기다려온 인천 팀의 첫 번째 한국 시리즈 첫 경기, 프로 2년차 김홍집 선수는 인천의 '짠물 야구'가 무엇인지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확실히 알려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96년 인천 프로야구는 또 다시 연고팀이 바뀌는 진통을 겪으며 현대 유니콘스가 자리한다. 그 해 '미스터 인천' 김경기(현재 SK 와이번스 타격코치)는 꿈에 그리던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 하지만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해태 타이거즈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으며 인천팬들의 염원인 첫 한국시리즈 우승은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

이후 현대는 창단 3년째인 1998년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지난 94년에 만난 LG에 설욕전을 펼치며 인천 연고팀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룬다.

현대는 2000년과 2003년, 2004년까지 길지 않은 팀 역사속에서 4회 우승을 이룩하지만 2000년부터 인천 연고팀은 SK다. 인천 야구는 신생구단 SK와 함께 부흥을 준비해 왔다. 국내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메이저급 야구장인 문학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SK는 2003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현대와 맞붙지만 7차전 명승부끝에 3승4패로 시리즈를 내줬다.

이어서 SK는 지난해 팀 사상 최하위인 6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야구계의 야인' 김성근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로 있던 이만수 코치를 수석코치로 임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마쳤다.

또 올시즌 팬과 함께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스포테인먼트'를 실천, 팀 사상 최고 성적과 관중 동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팀 창단 8년만에 첫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마저 제패했다. 한동안 침체돼 있던 지역 프로 야구는 물론 '구도 인천'의 명성을 다시 세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