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좋은 혈통의 '씨수말'이 외국에서 비행기에 실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몸값만 수십억원을 호가하고, 한번 교배하는데 수천만원을 줘야하는 이른바 '귀하신 몸'. 그러나 아무리 비싼 녀석이라도 한국 땅을 밟기 위해선 외국에서 들어온 돼지, 오리 등 가축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이 관문을 거쳐야 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역이다.


▲수입 동물, 검역원 앞으로=A씨는 최근 몇 개월간을 고생한 끝에 가까스로 중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말을 들여왔다.

22마리를 들여오려다가 이중 1마리가 검역원 인천지원으로부터 전염병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1마리 때문에 21마리도 6개월간 연장 검역과 재정밀 검사를 받아야 했다. A씨는 결국 6개월간 계류장내 좁고 불편한 숙소에서 지내며 말들의 검역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검역원 인천지원측은 말했다.

이처럼 외국에서 오는 모든 동물이 한국 땅을 밟으려면 검역을 받아야 한다.
검역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반송되거나 폐기 처분되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검역원 인천지원 관계자는 "비싸고 싸고 할 것 없이 검역엔 예외가 없다"면서 "동물을 해당 국가에서 데려오기 전에 전염병 감염 여부, 예방접종 여부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검역은 어떻게 진행되나=동물이 비행기 화물칸에 실려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오면 1차로 검역관이 하역해도 되는지 판단한다.

동물은 그런 뒤 검역관 입회하에 비행기에서 내려 검역시행장(검역을 하는 장소)으로 옮겨져 소독을 받는다. 화물주나 대리인은 이때 검역원에 동물검역 신청을 해야 한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검역원은 신청서를 낸 동물을 대상으로 10일 이상 다양한 조사를 벌인다. 개체별 임상검사, 미생물학적 검사, 혈청·병리학적 검사 등을 한다.

보통 말 등 기제류 동물은 10일, 소·돼지 등 우제류는 15일, 닭·오리 등 가금류는 10일, 원숭이는 30일 정도 검역을 받는다.

검역원 인천지원 관계자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깐깐하게 조사한다"고 말했다.


▲애완 동물도 검역원서 절차 밟아야=가족처럼 여기는 애완 동물을 국내로 데려오거나 외국으로 가지고 가려면 해당 국가의 '애완동물 검역조건'을 한번쯤은 확인해봐야 한다.

자칫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되돌려 보내야 한다.
개를 데리고 외국으로 나간다면 우선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 증명서는 동물병원에서 발급해 준다. 출국 당일 날, 이 증명서를 검역원에 내야 한다.

그렇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검역원에서 서류검사외 임상검사도 받아야 한다. 검역원은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검역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외국에서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 또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상대국 검역증명서를 준비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견공(고양이 포함)을 데려올 경우 이외 입국 전 14일 이내에 헨드라 및 니파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

호주에서 고양이를 데려올 때도 헨드라 및 니파바이러스 비발생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고 검역원을 설명했다. 이같이 까다로운 절차를 무시하고 몰래 동물을 들여올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검역원 인천지원 관계자는 "최근 동물검역 허가를 받지 않고 원숭이 등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면서 "규정된 절차를 어기고 동물을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되면 가축전염예방법 또는 야생동·식물보호법 등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니 그러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