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막다른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며 마을 공동체만들기 활동을 선보였던 성남문화재단이 올해는 아파트 단지와 공장단지 마을 꾸미기에 나섰다.
▲은행2동, 아파트 단지내 버려진 야외수영장이 '풀장환(丸)상'으로 다시 태어나다.
지어진 지 20여년된 은행동 주공아파트에는 언제부턴가 물이 마르고 사람들이 찾지 않아 얼핏보면 마을 창고처럼 버려진 야외수영장이 있다. 수년간 임대 사업을 통해 물을 끌어다 간간이 수영장으로 사용했지만 임대업체들은 수익률이 떨어지자 사용신청을 하지 않았고, 결국 흉물로 전락해 가고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 기억에도 버려진 공간이었다.
공간이 변하면서 이 곳 주민들의 생활패턴도 조금씩 변했고 프로젝트 이후 풀장환상으로 거듭한 수영장을 이용하려는 주민들은 자발적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홈페이지 개설(www.art-pool.or.kr)로 주민 커뮤니티 활동도 왕성하다.
아파트 입구에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던 엄마들을 중심으로 한 '낄낄마녀와 동화책' 모임은 전문작가와 함께 마녀 복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임이었으나 이제는 주부 스스로가 구연 동화를 위한 소품 제작에도 적극적이다.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의 작은도서관과 연계된 이 모임은 매주 금요일 주부들끼리 동화책 읽기 모임으로 정착됐으며 참가 주부들은 마치 어린 시절 만화영화속 주인공이라도 된 양 아이들보다 더 즐거워한다.
또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인 씨네플 주민동아리는 '씨네플 담요극장'을 준비 중이다. 야외 무대에서 이제는 이웃사촌이 된 주민들이 모여 난로에서 고구마를 구워먹고, 풀장에 누워 밤하늘을 천장삼아 담요를 덮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시작전부터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껏 아이들 중심으로 했던 생태체험 역시, 주부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바꿀 계획이다. 생태체험은 은행주공 주변에 서식하는 풀들과 곤충들에 대해서 관찰하고 글과 그림, 만들기로 느낌과 감각을 표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부들이 채집한 은행주공 주변 자연에 대한 정보는 은행주공 이정표 디자인에 활용될 계획이다.
▲상대원동. 기름냄새, 땀냄새는 이제 그만,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콩닥콩닥 예술공단'
바쁘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굴뚝에서 쏟아져 나오는 검은 매연이 가득했던 성남공단. 이제는 굴뚝산업과 첨단산업이 공존하고 있으며 1천800여 기업들의 발전과 쇠락이 거듭된 산업현장으로 특히 공단 중심에는 70년대 초에 지어진 낡은 공장들의 외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공단은 공공미술을 통해 새 옷을 갈아입고 지역사회와 개인의 가치를 찾아내 기업, 시민, 복지시설, 문화시설과 예술가들이 함께 공존하는 '예술공단'으로 거듭난다.
작품들은 출·퇴근길 정체가 심하고 통행량이 많은 남한산성 순환로 변에 설치되어 일종의 지역 박물관 역할을 할 것이다.
벽화와 달리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오브제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계몽적 성격을 탈피, 사람들의 상상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학생 만화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고스란히 인쇄되어 또래 학생들에게 배포, 청소년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기업 봉사단과 복지시설이 연계, 복지시설 공간을 재생(再生)하고 문화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싹을 틔울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생기발랄-연두리본'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기존 일방적인 지원과 수혜의 관계가 아닌 서로를 이해하는 대면 프로그램으로 함께 하는 문화적 체험과 교육을 통해 모두가 즐겁고 스스로 동기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공단 내 버스 정류장에 다양한 의자를 설치할 계획이다. '쉼, 오!'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이 프로그램은 이용률은 높지만 일반 도로에 비해 폭이 좁은 공단 도로의 버스 정류장에 기능성과 심미성이 가미된 의자와 벤치를 설치, 버스 탑승객들의 편의를 도모할 계획으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신비감과 주변 환경을 배려한 색채와 디자인, 적절한 유머와 작가적 개성이 담긴 명품의자와 벤치는 버스 정류장의 위상(?)마저 높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