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부는 최근 영종투기장을 항만재개발 대상에 포함시켜 이곳에 골프장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관광·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인천시는 해양부가 낡고 노후한 인천항 내항은 내버려둔 채 오는 2011년까지 준설토 투기가 계속될 공유수면인 영종투기장을 '입도선매'로 항만 재개발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그 배경에 물음표를 달고 나섰다.
지방과 중앙정부간 갈등양상이라 '다윗과 골리앗'에 비견되는 싸움이지만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다윗인 인천시의 응원군(?)이 만만치 않다. 중앙정부 특히 항만정책을 총괄하는 해양부로부터 철저하게 '버린자식'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인천의 지역정서가 무엇보다 든든한 응원군이다. 벌써 10만명의 주민이 해양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다음은 이런 지역정서를 등에 업고 있는 지역출신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무기로 해양부를 압박하면서 싸움의 양상을 대등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갈등 촉발한 항만재개발
갈등은 해양부가 인천시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의견을 뿌리치고 영종투기장을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포함시키면서 비롯됐다.
해양부는 지난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부산 북항 일반부두 재개발 지시를 받은 것을 계기로 전국의 노후 항만을 대상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올 4월 19일 항만재개발의 법적 근거인 '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 제정돼 6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맞춰 해양부도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안)을 마련, 7월부터 관련기관 및 부서와 의견협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 대상에 인천항 내항이 제외되고 대신 영종투기장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의 반발도 본격화 됐다. 내항의 분진과 소음 등으로 피해를 입어왔던 인근 주민을 중심으로 8월 감사원 감사청구에 이어 10월초까지 10만명이 서명, 국회 등에 재개발 대상에 영종투기장을 제외하고 내항을 포함시켜 달라는 민원을 제출했다. 인천시도 8월말 해양부에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안)을 검토한 뒤 영종투기장을 재개발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양부는 9월 19일 항만재개발위원회를 열어 영종투기장을 비롯해 전국 10곳의 노후 항만을 대상으로 한 제1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2007~2016년)을 확정, 고시했다. 재개발위원회 회의에 백은기 인천시 항만공항물류국장이 참석해 영종투기장을 기본계획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했지만 1대 19의 수적 열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인천, 싸움은 지금부터다
해양부의 밀어붙이기로 일단락될 것처럼 보이던 영종투기장 문제는 9월 21일 인천시청에서 개최된 제7차 항만행정협의회를 통해 불씨가 되살아났다.
인천시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연말께 영종투기장을 포함한 영종지구 전체 마스터플랜 용역 결과가 나오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개발 방향 등의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서 제외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지역정치권도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인천시 힘보태기에 나섰다.
인천항이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한광원 의원(중·동구, 옹진군)을 중심으로 11명의 국회의원이 시행한지 불과 4개월 밖에 안된 항만재개발법의 독소조항을 뜯어고치겠다며 법률개정에 착수했다. 재개발 대상을 노후하거나 유휴 상태에 있는 항만으로 불분명하게 규정함으로써 재개발이 시급한 노후 항만보다 영종투기장 같은 준설토 투기장이 우선 개발대상에 포함되는 허점이 재연되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도 해양부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됐다.
한광원 의원은 매립이 진행중인 영종투기장은 '노후'하거나 '유휴'한 상태에 있지 않다며 '유휴지'에 대한 사전적 정의와 (구)국토이용관리법상 '유휴지'요건을 근거로 해양부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해양부, 순순히 개발주도권 내줄 수 없다
해양부는 기본계획의 수립 및 변경주기(10년, 5년)를 감안할 때 이번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영종지구 개발방향도 용역 결과가 나오면 관련부서와 협의·검토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개발주도권을 순순히 내놓을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방침하에 정면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국회를 방문해 해외사례 등 유휴항만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항만재개발 필요성 및 국가행정계획수립 취지 등을 적극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공유수면을 놓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인천시와 해양부. 영종투기장 개발주도권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확산·가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