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강화로 재건축이 어려워지자 공사기간이 재건축에 비해 짧고, 각종 개발부담금에서 자유로운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재건축에 비해 설계에 제한이 있었던 단점도 업체들의 기술 개발로 많이 극복됐고, 재건축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소규모 아파트단지나 개별 동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1천 가구 이상의 대규모 단지에서도 리모델링이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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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의 30%를 증축할 수 있고, 리모델링 공사를 한 유명 건설사의 브랜드 사용도 가능해 노후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단지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리모델링은 골조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바꿔 재건축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 외벽도 증축을 해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도 리모델링을 거치면 입체적이고, 고급스러운 외관으로 변신한다. 실내구조 변경은 물론, 지상주차장도 지하로 들어가게 돼 주거환경이 수직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서울에서는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시공사를 선정할 아파트단지가 10곳을 넘고, 전체 가구수도 7천여 가구를 상회하고 있다.
◇경인지역 리모델링 움직임=수원시에서는 대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다. 1980년대 수원지역 최대 규모 아파트단지였던 장안구 정자동 동신아파트에서는 지난 5월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가 꾸려졌고 1천 가구가 넘는 영통구 매탄동 임광아파트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과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1기 신도시의 아파트들도 속속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분당에서는 야탑동, 정자동, 이매동 등의 중형 아파트단지들에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평촌에서는 목련 3단지 우성1차 아파트가 추진위 구성을 마친 뒤 조합을 구성하고 있다. 인근 벽산 은하수 아파트 등도 추진위 구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산본에서는 가야마을, 묘향마을 등에서 리모델링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밖에 1기 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을 위해 추진위를 결성하거나 준비위를 조직한 단지들이 신도시 당 10개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 중 최대 규모인 남동구 구월동 신세계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아파트는 700가구 규모로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서울시 용산구 동부이촌동(653가구)보다 규모가 큰 단지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기존 전용면적 80.18㎡인 가구가 117㎡형으로 늘어나고, 92.91㎡는 133㎡로 확대된다. 112.43㎡는 165㎡로 증축 리모델링, 용적률은 219%에서 299%까지 높아진다. 지하에 2개층을 새로 만들어 주차대수도 기존 127대에서 741대로 6배 가까이 늘어나지만 가구수와 지상 14층인 높이는 변함이 없다. 공사비용은 3.3㎡당 259만원으로 정해졌다.
◇과연 리모델링 결과는=경인지역에서 리모델링의 선봉에 선 아파트단지들의 리모델링 결과는 향후 노후된 다른 아파트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초 리모델링이 끝난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아파트는 공사 전 5억원대였던 아파트 값이 공사 뒤 두 배 가량 뛰었다. 입주민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아 주변 아파트들의 리모델링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우선 적지 않은 공사비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재건축과는 달리 공사비를 입주민들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살 집을 마련하는 것도 녹록지 않고, 자녀들이 어릴 경우 학교 문제가 걸려 있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리모델링이 기존 아파트 건물 앞뒤에 추가로 건물을 붙이는 방식이라 집이 길어지는 것도 미리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수원시 M부동산 관계자는 "집값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다가는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며 "가족들과 편안하게 살 집을 갖는다는 마음이 앞서야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