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혼의 약자는 여성=A(여)씨는 B씨와 7년동안 동거했다. 양가를 오가며 제사도 지내는 등 며느리 역할도 꿋꿋이 했다. 그러던 어느날 B씨는 A씨에게 갑자기 다른 연인이 생겼다며 '이별통보'를 해왔다. 이에 A씨는 '사실혼관계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A씨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 올해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함께 한 적이 없으면 사실혼관계라고 입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20년째 동거하며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C씨도 불의의 사고로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지만 C씨는 보험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동거남은 직계가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만 들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 20여 년에 걸친 동거로 실질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했고 재산 형성도 함께했지만 남성에게 닥친 불의의 사망사고 이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살던 집에서 남성의 부모로부터 쫓겨난 경우는 흔한 사례다.
대부분 사실혼 관계에서 여성이 약자의 위치에 있어 이들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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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거를 선택하는 많은 커플들은 동거를 혼인을 위한 서곡으로서 의미를 두기보다 하나의 대안으로서 선택하고 있다. 동거가 이와 같은 사회적 승인의 의미를 가지면서, 최근에는 법은 가능한 한 동거의 가능한 형태와 다른 도덕적 사고들에 대해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실제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하고 있지만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부부관계를 이른다. 민법이 법률혼주의를 확립함에 따라서 생겨나는 사실상의 부부 관계이므로 아무리 진실한 남녀의 결합이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동안은 사실혼이 된다. 장차 혼인신고를 할 의사가 있거나 없거나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래 내연관계라고 불려 온 사실혼은 법률상 의미의 혼인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혼인의 효력에 관한 민법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혼은 혼인신고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 인해 법적 보호가 취약하며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 경제적,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판례는 사실혼을 혼인의 예약으로 보고(약혼) 강제이행의 청구는 할 수 없지만 이를 파기하였을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혼에 대하여 전혀 보호를 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 너무 가혹한 바가 있으므로 그 후 판례는 태도를 고쳐서 점차 법률상 혼인에 준하는 효력을 부여하는데 기울어졌다. 다만 명백한 것은 부부간의 상호부조에 관한 효력만이 인정될 뿐 친족관계의 창설이나 이에 부수하는 효력은 인정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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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이 당사자의 합의 또는 일방의 의사에 의해 해소된 경우 재산분할 청구권이 인정되는 근거는 배우자의 생활보장과 부부재산의 청산에 있는데,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재산에 관한 권리가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법적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생존배우자의 인권이나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까지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혼의 경우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사례, 상대방이 혼인신고에 협력하지 않는 등 다양한 사유로 혼인신고를 못하고 살아오다가 갑자기 배우자가 사망해 자신의 기여분을 못 찾는 사례, 이에 따라 기본적인 생계유지마저 어렵게 되는 사례도 종종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 사실혼 배우자의 권리 당당하게 찾자=법이 보장해주는 권리 자체를 몰라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권리를 명확히 알고 이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혼을 해소하고자 할 때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는 인정된다. 재산분할은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재산 공헌도만큼 받는 것을 말한다. 20년 살림한 주부는 대부분 약 40%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 위자료는 잘잘못을 가려서 유책(有責)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주는 손해배상금을 말한다. 또 사실혼 배우자라도 상대방이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원, 선원으로서 사망했을 때 지급되는 유족연금은 받을 수 있다.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남편명의로 구입한 집을 상속받지 못하지만, 전세로 살았을 경우에는 전세보증금을 기여금조로 일부를 나눠 가질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특별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 출생한 자녀는=사실혼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아버지의 호적에 생모의 이름을 기재하여 혼인외의 자녀로 입적시킬 수 있다. 만일 아버지가 스스로 입적시켜 주지 않으면 인지청구소송을 통해 강제로 아버지의 호적에 올릴 수 있다. 어머니의 호적에 올릴 경우에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아버지, 어머니 호적에 모두 올릴 수 없을 경우는 일가 창립하여 단독 호주가 될 수도 있다. 단, 자녀에 대한 친권의 경우 부모간에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법원에 청구를 하여 어느 일방이 친권자로 지정받을 수 있다.
수원 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사회변화에 따른 혼인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법률혼주의를 취하고 있는 현행법 체계하에서 사실혼이 끊임없이 늘어가고 있다"며 "가족개념을 확대해 가족보호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면, 혼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혼인의 다양화에 부응하는 혼인개념의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법률적·사회적 보호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실혼 관계 파기에 따른 고충이 있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 변호사를 구하거나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