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해지는 아파트 문화를 바꿔보고 싶습니다. 행복과 정이 넘치는 이웃 문화를 앞장서서 실천하겠습니다."

모두 1천680가구가 살고 있는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삼환아파트 자치회장 강치호(46)씨는 지난 추석때 관리사무소 직원 및 청소·경비 직원, 전 가구에 쌀 1천733포대를 나눠줬다. 단지내 장터, 플래그 카드 설치 등으로 수익을 거둔 아파트 잡수입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그는 올해 13기 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이미 10, 11기 자치회장을 맡았던 삼환아파트의 전문 살림꾼이다.

강 회장은 "맨 처음 자치회장직을 수행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기존 자치회장과 아파트부녀회 회장 관련 관리비 비리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좋지 않은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봉사의 마음으로 자치회장직을 수행해 주민들이 우려할 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았다"고 소탈하게 밝혔다.

강 회장은 현재 개인건축사무소와 법원경매를 동시에 겸업하며 틈틈이 아파트 자치회장직을 맡고 있다. 말 그대로 '봉사'를 실천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주민들과 친분을 쌓으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떡국물'이라도 있으니까 자치회장 같은 자릴 차지하려는 게지…"라는 기존 아파트 주민들의 생각은 아파트 관리 통장 공개를 통해 지금은 사라졌다. 강 회장의 투명한 관리체제를 통해 주민들의 신뢰감은 날이 갈수록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강 회장은 지난 10, 11기 자치회장을 맡은 뒤 13기 땐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에게 쌓인 신뢰감 때문에 다시 한 번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강 회장은 최근 걱정이 많다. 벌써 삼환아파트가 건축된 지 17년이나 돼 노후화로 인해 페인트와 배관 공사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대략 1년에 1억원가량이 아파트 관리 수익금으로 들어오는데 이 금액을 잘 활용해 대수선 공사를 할 예정"이라며 "이는 15년 뒤에 재건축 아파트로 선정되기 때문에 그동안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관리비 관리와 절약이 필수"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마지막으로 "아파트 관리비는 당연히 투명히 운용돼야 하는 게 마땅한 일로 우리 아파트가 첫 번째 아파트 우수 관리 모범사례가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 다른 아파트 또한 이런 좋은 사례가 자꾸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