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들과 비교해 산술적인 규모로만 따진다면 지난 16대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15대 대선의 김대중·김종필 연합 등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범여권의 경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민주당 이인제·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 3자 단일화가 대선정국 초기부터 그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및 후보단일화는 사실상 결렬된 상태며 신당과 창조한국당은 후보등록 1주일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에 대한 첫 실무협상을 가졌을 뿐이다.
한편 '창의 귀환'으로 인해 한 순간에 셈법이 복잡해진 야권도 한나라당 이명박·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카더라'통신에만 전해질 뿐 공식적인 진행상황은 하나도 없다.
■범여권=신당이 각각 창조한국당과 민주당을 대상으로 단일화 작업을 이원화 시켜 진행했으나 결국 민주당과의 단일화는 결렬됐다.
신당은 통합 협상의 최종시한인 21일을 넘겨 22일 오전까지 정동영 후보와 정대철 상임고문, 김한길 의원 등이 나서 민주당 이인제 후보, 박상천 대표 등과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대화 재개를 시도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거절했다.
막판 쟁점인 의결기구 구성 비율 문제를 놓고 신당측은 당초 합의했던 '5 대 5'에서 '6 대 4'로 조정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측은 양당 대표·후보가 합의한 대로 '5 대 5'의 비율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22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이 오늘 아침까지 안 되면 안 되는 것인데 시간이 다 됐다. 현실적인 지분 문제로 인해 통합이 안되게 돼서 안타깝다"며 협상이 무산됐음을 확인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신당의 대표와 후보가 당내 장악력도 없고 대표권도 없어서 더이상 대화하고 합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신당은 이미 6개 계파가 제멋대로인 '대잡탕정당'인데 그런 진흙탕 권력투쟁에 도저히 몸을 담글 수 없다는 판단도 든다"며 "상호 불신이 너무 커 총선 때까지 무한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당이 아닌 정책연대 등을 통한 연합정부 방식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 모두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올해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에는 각 당의 존재감마저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대철 상임고문은 "남아있는 불씨를 살리면 마지막에 될 수도 있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결국 정권교체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정동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진정성의 발로가 단일화 논의의 마지막 불씨가 될 전망이다.
한편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신당과 창조한국당간 후보단일화는 일단 물꼬를 텄다.
정 후보 선대위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과 문 후보 선대본부 고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연합정부 제안모임과 영남개혁 21 등이 주최한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한 진보개혁 진영의 모색' 토론회에서 만나 서로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첫 만남이어서인지 서로간 입장차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보수세력 결집=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 대해 "언제나 마음을 열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이회창 후보도 대선출마 당시 "대승적인 차원에서 뜻을 접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여서 야권의 후보단일화도 언제든 가능성은 존재한다.
단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와의 단일화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단 하나,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변화다. 현재 15~20% 가량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회창 후보가 이 상태를 유지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단일화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고 단일화가 끝내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선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15% 이하로 떨어져 그 상태가 유지될 경우 단일화는 생각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선 항해의 추진동력 자체를 상실한 이회창 후보가 홀로 대선을 끝낼 정신·물리적 토대를 잃게됨에 따라 '흡수통합'의 형태로 이명박 후보와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두 후보 중 이명박 후보의 손을 일단 들어준 상황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텃밭지역과 현재 이명박 후보보다는 이회창 후보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충청지역의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15~20% 사이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보수세력의 단일화 또한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한나라당 전통 지지층들로부터 일정부분 판정승을 거둔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의 연대를 꾀하기보다는 전통 보수세력의 결집 및 국민중심당 심대평,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 등과의 연대 및 박 전 대표에 대한 러브콜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그 현실 가능성 등을 떠나 이미 최대 야권인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낙점받은 상태인데다 지지율 1위를 단 한 번도 놓친적 없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에도 단일화에 새 국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해 보수세력들이 정권교체의 열망에 위협을 받을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단일화에 대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