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최초로 남극점을 밟으며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던 여행기고가 김진아(29)씨가 이번에는 또다른 대륙 인도로 발길을 돌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나라, 인도에 체류 중인 김진아씨는 현지 구석구석을 돌며 총 5회에 걸쳐 대표적인 도시들을 중심으로 그 속살들을 하나하나 짚어줄 예정이다.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또다른 문화를 체험해 보자. <편집자주>

인도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모든 이미지를 가진 곳, 바라나시. 바라나시를 보지 않았다면, 인도를 본 것이 아니라고 많은 여행자들이 입을 모은다. 인더스 히말라야서부터 흘러내려 인도 북부를 거쳐 바라나시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가(Ganga=갠지스)는 인도의 힌두교인들에게는 생명의 젖줄이며 다시 사후 세계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동물의 배설물에서부터 타다만 시신까지 온갖 종류의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지만, 힌두교인들에게는 강가를 방문하여 몸을 씻고, 그 물을 마시는 일이 일생 최대의 소원이라고 한다. 바라나시에 가면 인생의 경건함도, 인생의 무상함도 그리고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유쾌함까지 느낄 수 있다.

 
 
하루 종일 가트(강가와 맞닿아 있는 계단)에 앉아 강가에 몸을 담그는 그들을, 동물과 사람과 자연이 아무런 경계도 없이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시간이 멈추어버린듯한 몽환적인 인도를 느낄 수 있다.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강가는 그저 온갖 오물들이 떠다니는 지저분한 강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힌두교인들에게는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는 장소로 꼽힌다. 강가는 원래 천계(天界)에 흐르던 강으로, 힌두교 쉬바 신의 도움을 받아 지상에 내려오게 됐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이곳에서 몸을 씻으면 죄도 씻기고 간절한 바람까지 성취될거라 믿는다. 그러한 이유로 강가에는 전국의 수많은 인도인들이 찾아와 디아(Dia)라 불리는 초를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가트 중에는 화장터가 있는데 운구 행렬이 줄을 지을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시신에 강가의 물을 적시고 태운 뒤 다시 강가에 뿌리는 화장 의식을 지켜볼 수 있다. 힌두교인들은 이곳에서 화장된 뒤 강가에 뿌려지면 영원히 다시 태어나지 않아 윤회의 굴레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육신이 죽음 후, 한 줌의 재로 남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트 주위로는 강가에 몸을 담그는 현지인들과 주인 없는 소, 개, 염소 무리들과 이러한 풍경을 지켜보는 여행자들이 어울려 유쾌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여행자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짜이(Chai·홍차에 우유를 섞은 차)"를 외치는 맨발의 꼬마 녀석들, 악수를 청하며 안마를 자신하는 거리의 안마사들, "마담, 보트!"를 외쳐대는 뱃사공들까지. 바라나시는 힌두교인들의 최대 성지로 꼽히는 경건함과 함께 삶의 다양한 모습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시이다. 메인 가트에서 이어지는 현지 야채시장에는 인도인들 특유의 너스레를 떠는 상인들과 자전거 릭샤꾼들이 뒤엉켜져 사람 냄새가 풀풀 풍긴다. 여행객들을 상대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부르는 그들이 밉지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들의 순수성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저녁 해질 무렵에는 강가 여신에 대한 예의를 표시하는 아르띠 뿌자 (Arti Pooja)라고 불리는 제사 의식이 한 시간 정도 행해지는데 촛불과 강가의 강물을 이용해 화려하고도 경건한 의식을 통해 그들의 강가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 여행자들도 뿌자 의식이 끝나면 각자의 디아에 불을 붙여 소중한 바람을 강가의 여신에게 바라며,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마음을 놓아본다.

이상하게도 바라나시에서 시간은 띄엄띄엄 흐른다. 가트에 앉아 일출을 보고, 짜이를 몇 잔이고 마시며 현지 꼬마들과 웃고 떠드는 동안 어느새 일몰이 찾아와 강가를 붉게 물들인다. 그 위로 유유히 흐르는 뱃사공의 노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물 덩어리라고 느껴지는 그 모든 강가의 풍경이 우리네 삶을 닮아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것이 바라나시가 가진 인도의 모습이자,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