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익숙한 제품들의 값이 저렴해졌다면 상표를 주시해 보자! 쇼핑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이름이 상품에 표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일명 PB(Private Brand)·PL(Private Label) 상품으로, 대형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을 말한다. 기존 NB상품(제조업체브랜드)과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20~40%까지 저렴하다는 게 매력인 PB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NB상품의 유명세를 누르고 높은 인기를 누리는 PB상품도 다양하다. 대형마트 매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소비자에게는 알뜰 쇼핑을 제시해 주는 PB상품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편집자주>
"오늘은 어떤 PB(PL)상품을 접수해 볼까?"
| ||
▲ 이마트 PB상품인 가공밥 '왕후의 밥'. |
대형마트 폐점시간에만 쇼핑을 즐길 만큼 직장동료들 사이에 짠순이로 소문난 그녀의 취미는 바로 질 좋고 값싼 PB상품 발굴하기다.
김씨는 "PB상품을 즐겨 찾는 쇼핑을 생활화하다보니 1주일에 평균 1만~2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절약하게 됐다"며 "알뜰 소비 족이 되려면 '싼 게 비지떡이겠지'라는 편견을 버리고, 취향에 맞는 PB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고 추천했다.
김씨와 같은 PB마니아들의 호응에 힘입어 몇몇 PB상품들이 대형마트 품목별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마트콜라'와 '왕후의 밥'이다.
이름도 생소한 이 상품들은 지난 달 중순께 첫 선을 보인 뒤 한 달 만에 기존의 인기 품목보다 2배 이상 팔렸다.
| ||
▲ 롯데마트 PB 상품인 롯데 '와이즐렉 태양초 고추장' |
이마트 인천점의 경우 현재 PL상품의 매출액은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는 소비자에게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PB상품 개발 업체 선정에 주력, 전 품목 PB상품 출현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홈에버 인하점도 PB상품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간식용 '단밤'과 생수 '홈에버샘물'은 제조업체 브랜드와 각각 2천원과 500여원의 가격차를 보이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하점 관계자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도록 배치하는 PB상품 진열법이 매출 상승효과를 발휘했다"며 "지난 3월부터 판매되고 있는 700여 PB상품의 매출액이 매달 약 5%씩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곳의 신선식품류 PB상품인 '팜에버' 청과는 전체 청과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어 인하점은 PB상품 대표 아이템으로 선정, 손해를 감수하고 최저 가격을 꾸준히 선보인다는 입장이다.
| ||
▲ 홈플러스 PB상품인 참기름을 선보이고 있는 매장 직원. |
영국 테스코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해외소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을 우선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홈플러스도 4천300여 가지에 이르는 PB상품의 매출을 올해 20% 이상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PB상품의 등장으로 소비자는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고, 대형마트는 이익을 높여 서로 윈―윈 하고 있다. 하지만 PB상품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등장해 부정적인 여파도 만만치 않다.
| ||
▲ 홈플러스 PB상품 의류인 '프리선셋'의 카탈로그 사진. | ||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유통업체가 PB상품 판매에 나선 것은 직접 마케팅을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한 뒤, 여기서 얻는 이익을 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제조업체와의 입장 차를 조율하면 PB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