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앞둔 대학가 도서관이 불야성이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NG족'(No Graduation·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졸업을 연기하는 대학생), '캥거루족'(졸업 후에도 부모의 그늘에 머물러 있는 사람) 등은 취업 때문에 겪는 우리사회의 슬픈 청춘들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다. 이렇듯 취업을 하기 위해서 학점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커닝을 통해서라도 학점을 잘 받고 싶은 건 솔직히 모든 학생들의 소망이다.
대학들도 커닝을 잡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2007년 커닝을 위해 '뛰는' 학생들과 이들 막으려는 '나는' 대학간 공방이 한창이다. 경인일보에서는 시대별로 진화하고 있는 대학가 커닝 변천사를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80·90년대
80년대 대학가는 지금처럼 학점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커닝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시험을 대충 보려는 학생들이 존재했고 감독관의 눈을 피해 요리조리 커닝을 즐기는 학생들이 있었다.
80년대 커닝은 지우개에 공식 써 두기(일명 지우개 찬스), 필통에 '포스트 잇' 붙이기, 책상이나 벽 등에 볼펜으로 깨알같이 쓰기 (일명 판치기) 등이 있었으며 이시절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커닝의 정석이다.
또 손바닥 등에 중요한 공식 등을 적어 커닝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여학생들은 치마에 포스트 잇을 붙이고 감독관 몰래 커닝을 했다. 치마를 입을 수 있는 여학생들의 일종의 특권이었다.
경희대 영문과 86학번인 김영식(41)씨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시위가 많아 휴강을 자주해 진도를 나가지 못해, 교수님이 범위를 정해줘 시험을 치렀다"며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지우개와 필통에 깨알같이 시험문제를 적어와 커닝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90년대는 학생들이 일명 '시험지 바꿔치기'를 선호했다. 시험지 바꿔치기는 처음에 시험볼 때 답안지를 두 장 받아 먼저 한장의 답을 쓴 다음에 친구에게 건네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믿고 의지할 만한 친구들 사이에서만 통용됐다. 또 선배들이 시험예상 문제를 정리한 이른바 '족보'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일이 흔했다. 당시 족보는 깨알같은 글씨로 손바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정리돼 많은 후배들이 유용하게 사용했다.
▲2000년대
2000년도 들어서면서 커닝기법도 IT기술과 융합해 무한한(?) 발전을 했다. 우선 가장 혁신적인 방법이 PDA폰에 교과서를 스캔해 저장하는 놀라운 방식이 있다. 시험 중 PDA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척하며 텍스트를 확대해 책 1권을 그대로 읽어 내려가며 감독관의 눈을 피해 커닝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기기조작이 능숙한 일부 공대생들이 주로 사용했지 여학생이나 인문학도 들에게는 난해한 커닝방법이다.
다음으로는 학생들의 명석한 두뇌가 돋보이는 투명비닐로 된 OHP(Over-Head Projector) 커닝이 있다. OHP는 책상위에 있을땐 잘 보이지 않지만 뒤에 흰종이를 받치면 글씨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필름에 예상문제를 담아 레이저프린터로 출력한 뒤 커닝페이퍼로 사용한다.
2000년대 디지털과 컴퓨터의 발전으로 인터넷을 통해 치르는 '사이버 강의' 과목도 늘어나면서 인터넷 커닝도 많아졌다. 컴퓨터로 시험을 보면서 버디버디 등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학생들끼리 답을 공유하는 사이버 강국다운 커닝도 생기고 있다.
지난 2005년 수능시험에 등장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법은 오히려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로 이 시대의 커닝수법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학생회측의 커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
학생들의 커닝이 증가하면서 대학들도 나름대로의 강구책을 만들고 있고 학생회 등도 캠페인을 펼치는 등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하대의 경우 학칙에 의거, 커닝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과목 이후에 시험을 치르는 모든 과목에 대해 F학점을 주고 있고, 아주대는 학생회가 나서 학생들에게 커닝하지 말자는 문구가 새겨진 '양심노트'를 지난해부터 제공하고 있다.
포천의대 강의실에는 CCTV까지 설치해 부정행위를 철저하게 감독하고 있다.편집자>
'예상족보' 옛말… 커닝도 '디지털시대'
대학가 커닝 변천사
입력 2007-11-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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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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