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내셔널 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과 수원시청의 경기에서 김성호 주심(오른쪽)에게 수원시청 선수들이 항의하고 있다.
   올해 프로축구에서 끊이지 않았던 그라운드 추태가 실업축구까지 뒤덮었다.

 올해 실업축구에서 후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수원시청은 2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울산 현대미포조선과 원정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4명이 연달아 퇴장당한 데 이어 고의적인 경기 포기로 한 명이 더 퇴장당해 결국 실격패를 떠안았다.

 성인 축구무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경기는 프로축구 K-리그 승격이 걸린 중요한 한 판 승부였다. 내셔널리그로서는 한 해 농사를 정리하고 아마축구 최고봉을 가리는 잔칫날인 셈이었다.

 그러나 집단 항의와 몸싸움, 무더기 퇴장 사태가 '잔치에 재를 뿌리는' 화를 불러왔다.

 사태는 전반 34분 주심을 맡은 김성호 심판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의 페널티킥을 선언하면서 발생했다.

 수원시청 선수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어 판정에 항의하면서 네 명이 줄줄이 퇴장당했고 김창겸 수원시청 감독도 경고를 받았다.

 수원시청은 후반 초반 울산 현대미포조선에 역전을 당하자 스로인 상황에서 고의로 볼을 밖으로 내던지는 황당한 플레이로 다시 한 명이 레드카드를 받아 실격패를 당했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5명 이상이 퇴장당하면 경기를 속개할 수 없고 실격패를 당하도록 돼 있다.

 이날 사태도 결국 심판 판정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

 수원시청은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후반기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실력을 인정받고 나름대로 전통을 쌓아온 명문이다.

 그럼에도 승리욕에만 매달린 나머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더티 플레이로 제 무덤을 파고 말았다.

 수원시청은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준비 부족을 이유로K-리그에 승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던 팀이다. 반면 울산 현대미포조선은 K-리그 승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심판진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밀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피해의식을 가졌을 수도 있다. 판정에 대한 상식 밖의 항의도 이런 불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선수가 일부러 공을 밖으로 내던져 대기심을 맞추는 등 그라운드에서 상상할 수 없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 그라운드에선 추태 시리즈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한가위 연휴 수도권 빅매치로 펼쳐진 프로축구 인천-수원전에서 인천 임중용과 수원 용병 에두가 서로 침을 뱉고 이 장면이 전광판에 반복 상영되면서 관중이흥분해 이물질을 투척하는 등 그라운드가 난장판으로 변한 적이 있다.

 FA컵에서도 인천 방승환이 퇴장에 항의해 웃통을 벗어던지고 추태를 부려 1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21일 울산과 대전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울산 골키퍼 김영광이팬들이 던진 물병을 도로 관중석에 집어던져 징계를 감수해야 했다.

 작년 리그에서 우승한 고양 국민은행의 K-리그 승격 거부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른 내셔널리그는 챔피언 결정전 실격 사태로 다시 엄청난 곤욕을 치르게 됐다.

 내셔널리그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수원시청 선수와 코칭스태프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수원시청은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 주전 5명이 빠지게 돼 정상적인 경기 운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