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들은 1억6천만년이라는 오랜 기간 지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다 6천500만년 전 홀연히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공룡들이 살았었다. 겨울의 길목에서 따뜻한 남쪽나라 경남 고성으로 아이 손을 잡고 그 현장을 확인하러 떠나보자.

마산에서 통영으로 이어지는 길목인 경남 고성에 들어서면 어디서든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야산 자락 전체를 거대한 공룡 모양으로 조경한 것부터 온갖 형태로 만들어진 공룡 조형물이다. 경남 고성에 들어서면 과연 '공룡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현재 경북 의성, 대구, 전남 해남 우항리 등 국내 여러 곳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은 8천여개에 달하지만 고성처럼 많이 발견된 곳은 없다. 중생대 쥐라기에 이은 백악기인 약 1억2천만년 전 공룡들은 한반도의 경상도 지방에서 번식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져나갔다고 추정된다.

특히 고성군 전역에 걸쳐 5천여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현재 고성군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고성 공룡박물관과 상족암은 특별한 여행지로 가족여행이나 초·중·고생들의 체험학습 여행지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고성공룡박물관

고성군 하이면 상족암 뒤 언덕배기. 사량도와 다도해의 비경이 시원스레 펼쳐진 곳에 2004년 8월 국내 최초로 공룡박물관이 들어섰다. 야외에는 초식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형상화한 높이 24m의 거대한 공룡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룡탑 주변에는 초식공룡을 공격하는 육식공룡의 무리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도 좋다.

공룡탑을 지나면 곧바로 공룡박물관이 나타난다. 박물관 내에는 10종의 공룡 표본 화석과 4종의 공룡 진품 화석을 비롯해 모두 96점에 이르는 다양한 공룡 관련 화석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2층과 이어진 입구에 들어서면 비교적 작은 크기의 공룡인 오비랩터가 알을 보살피고 있는 상징 조형물과 천장이 뻥 뚫린 중앙 홀에 위치한 거대한 공룡 골격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중앙 홀에 거대한 초식 공룡 클라멜리사우루스의 표본 화석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클라멜리사우루스의 주변에는 중생대에 하늘을 지배한 익룡 케찰코아툴루스 등의 골격이 진열돼 있다. 특히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치솟은 높이만 10여 m에 이르는 클라멜리사우루스의 위용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신비함과 놀라움의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2층의 제1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번에는 10여마리의 공룡 골격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공룡의 계통도ㆍ활동 시대ㆍ크기ㆍ생태 등과 지금까지 알려진 다양한 공룡의 멸종설을 자세히 소개한다.

이어 영상실에서 5분짜리 3차원 입체 영화 '공룡 대탐험'을 관람한 뒤, 제2전시실을 찾아 초등학교 4년 과학 교과서에 실린 고성군 일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과 지층을 다양한 사진과 실물 화석 자료로 만날 수 있다. 중앙계단을 이용해 1층의 제3전시실 '백악기 공원'에 이르자 이번에는 드로미오사우루스 무리와 트리케라톱스ㆍ안킬로사우루스 그리고 박치기 공룡으로 유명한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모형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제4전시실인 '디노랜드'에서는 이제까지 모형으로 만난 여러 공룡의 크기와 골격의 특성, 공룡의 걸음걸이 등을 다양한 뼈 맞추기 퍼즐 등의 게임 형식으로 안내하며 인류가 처음으로 발굴한 프로토케라톱스의 진품 화석도 전시 중이다. 마지막 관람 코스인 제5전시실에서는 고생대-중생대-신생대 등의 시대를 대표하는 화석을 전시, 고대 지구의 생물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5개의 전시실과 영상실을 관람하는 동안 여행객들은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다양한 종류의 공룡들이 뿜어내는 숨소리, 쿵쿵거리는 행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중앙 홀을 차지한 큰 공룡 모형은 초식인 클라멜리사우루스, 그 뒤의 작은 것들은 육식 공룡인 모노놀프사우루스이다. 천장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던 익룡들이 매달려 있다. 공룡 골격 전시실에서는 육식공룡의 대표주자인 티라노사우루스 외에도 코뿔소처럼 생긴 트리케라톱스 등의 모습도 보인다. 이 박물관에는 공룡골격 진품 4점, 공룡전신골격 복제품 10점, 일반화석 55점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삼족암 일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

고성군 하이면 일대의 공룡발자국은 고성의 서남쪽 해안 끝인 상족암에서 실바위에 이르는 6㎞ 지역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공룡박물관 아래 바닷가로 내려가면 바위 위에 그대로 남은 공룡의 발자국들을 관찰할 수 있다.

목조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공룡발자국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고 평평한 갯바위 위로 발자국 모양의 물웅덩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지어 있어 당시 공룡들이 뛰어놀던 모습이 그려진다. 이곳 발자국들은 보행 형태가 잘 나타나 공룡들의 생활양태를 조사하는데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고성지역에 이처럼 공룡발자국이 많은 이유는 뭘까. 이곳은 1억2천여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호수의 가장자리로 추정되고 있다. 즉 갈수기에 무리를 지어 물을 마시러 왔다가 많은 발자국을 남겼을 것으로 공룡 연구가들은 분석한다. 더불어 국내에서 발견되는 공룡화석은 발자국이 대부분이고 뼈나 알은 별로 없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중요한 이유는 뼈 화석이 공룡의 몸 형태만 추정할 수 있는 반면 발자국 화석의 경우 공룡의 동선과 생활양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남청소년수련원에서 제전마을로 이어지는 해안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촛대바위 앞에 정교하게 복원된 공룡 한 마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티라노사우루스이다. 상족암의 공룡발자국은 밀물 때에는 대부분 물에 잠겨 일부만 볼 수 있지만 썰물 때에는 신비로운 역사의 흔적을 빼놓지 않고 두루 구경할 수 있다.

여행수첩/
■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이동한 뒤 고성IC에서 빠져나와 마산방면 14번 국도로 가면 당항포관광지. 주차장에서 상족암 방향으로 곧바로 내려갈 수 있고 공룡탑을 지나면 공룡박물관.

■ 맛집=고성의 맛집은 고성읍에 있는 장원식당(도다리쑥국, 055-674-4475)과 하이면에 있는 공룡횟집(활어회, 055-834-5646)이 유명하다.

■ 잠자리=고성은 숙박이 부족하다. 그래서 깨끗한 모텔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성읍에 아미가모텔(055-674-5637) 이나 하이면의 하이모텔(055-854-8392), 회화면의 리베모텔(055-673-3441)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행 tip/
■ 공룡박물관
개관 시간:09:00~18:00(매주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어린이 1천500원(청소년 2천원ㆍ어른 3천원)문의:(055)670-2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