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과 남부 후레스테드를 연결하는 경전철.
전철하면 우리는 서울지하철을 떠올린다. 1974년 8월에 1호선이 개통된 후 40년이 넘도록 운행되면서 '전철=서울 지하철'이란 도식을 시민들의 뇌리에 각인시켜 통념으로 남게 했다. 통념은 상식처럼 통용되지만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전철의 종류는 다양해졌다. 나라마다 도시마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여건에 맞춰 선택해 사용하는 맞춤형 전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런던이 그렇고 파리가 그렇고 동경이 그러했다. 그렇다면 김포엔 어떤 형태의 전철이 좋을까. 선진국의 운영실태를 살펴봤다.

▲영국의 경전철

도크랜드(Dock Land) 경전철은 항구의 이전으로 쇠락한 런던 동부의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1984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1987년 완공됐다. 31㎞에 4개 노선으로 올해로 20년째 운행되고 있다. 그래선지 객차는 낡았고 소음이 심했다. 곡선부를 돌면서 나는 소리는 참기 힘들 정도였다. 무인운전을 하는 철제차륜AGT를 도입했고 러시아워에는 1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심야시간대에는 간격이 길어지고 보통 밤 12시께 중단된다. 운영회사인 DLR(Docklands Light Railway) 측은 조만간 신규노선을 개설하고 객차도 새롭게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마크의 경전철

▲ 덴마크 경전철 차량내부.
코펜하겐과 남측지역 후레스테드를 연결하며 철제차륜AGT다. 1단계와 2단계 공사가 2002년과 2003년에 완공돼 21㎞를 운행하고 있으며 김포신도시처럼 후레스테드를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얻어진 이익금으로 건설했다. 코펜하겐 시내에는 지하역사가 들어섰고 자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스크린 도어도 설치했다. 코펜하겐 메트로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도크랜드와는 달리 철제차륜인데도 소음은 훨씬 적었다. 다만 급커브를 돌면서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로 크다는 점이 걸렸다.

▲프랑스의 경전철

▲ 프랑스 파리의 경전철 CDGVAL 내부.
파리에는 외곽순환선으로 노면전철이 건설되고 있지만 시내는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다. 시승해 본 파리중심부의 생 라자르에서 오를리 공항을 연결하는 오를리발 경전철은 고무차륜AGT로 올 4월에 개통된 최신형 시스템이다.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난달 17일 밤 11시에 파리에 도착했을 당시, 시 전체가 노조의 파업으로 마비상태였지만 무인시스템인 14호선만은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2량 1편성인 전철의 내부는 깨끗했고 운영회사인 KOBELCO사의 제어시스템도 첨단이어서 노선 전체를 관장하는 중앙관제실 근무인원이 평소에는 2명으로 충분하단다.

▲일본의 경전철

▲ 일본 하네다공항과 도쿄 중심부를 관통하는 유리카모메.
도쿄는 도심의 빌딩 사이와 아파트단지 사이로 철도 교각이 늘어서 있고 전철이 무제한적으로 시내를 관통한다. 그래도 불평은 없다고 했다. 신주쿠나 긴자 등 중심부마다 지상으로 전철이 통과하고 있었다. 유럽에선 찾아보기 힘든 림(LIM) 방식의 도영 12호선을 시승했다. 선형유도모터를 사용하는 림 방식은 터널면적과 토목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진동이 심해 승차감은 좋지 않았다.

하마마츠초에서 하네다 공항을 연결하는 전철은 모노레일 방식이었다. 승객들의 비상대피 수단이 없다는 안전문제를 논외로 하면 의외로 차폭이 넓은데다 승차감도 좋았다. 신바시에서 아리아케까지 12㎞ 구간에 고무차륜AGT를 채택하고 있는 유리카모메선 전철의 승차감은 좋았고 차량내부도 깨끗하고 쾌적했다.

▲경전철의 장점과 단점

장점은 배차간격을 줄일 수 있어 시민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취재에서 본 대부분의 경전철이 30초에서 3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어 이 점은 분명해 보였다. AGT시스템의 경우, 무인운전이 가능해 운영비가 적게 들고 파리의 경우처럼 파업으로 모든 교통수단이 멈춰서도 경전철은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고무차륜AGT의 경우엔 지하와 지상을 번갈아 운행해야 하는 김포의 실정에 맞게 곡선부 주행이나 등판능력이 빼어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승차감도 좋았다.

단점이라면 철제차륜의 경우, 중전철 못지않은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고무차륜은 겨울철에 선로에 눈이 쌓이면 운행이 쉽지 않다는 점인데(자동차를 생각하면 쉽다) 기술의 진보로 궤도에 열선을 내장해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고 파리의 코벨코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전철이 1㎞당 1천억원 이상의 건설비가 투입되는 데 비해(지상의 경우로 지하화를 할 경우엔 2천억원 정도 소요추정) 경전철은 400억원에서 500억원이면 건설이 가능하다는 부분도 장점이다. 수송능력 또한 중전철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데다(중전철의 70~80%) 운영비 절감, 무인운전 등 제반 성능을 비교했을 때 효율성이 훨씬 높아 보였다. 고무바퀴의 내구연한은 보통 2년, 20만㎞ 정도였고 철제차륜은 바퀴를 삭정(깎아내는 것)하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포는 고촌과 풍무동, 북변동과 신도시의 아파트단지 사이를 운행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소음과 진동이 적어야 하고 주민들의 사생활보호 기능도 가능한 기종을 택할 필요가 있다. 건설비 절감도 고려돼야 하지만 유지관리·보수 등 운영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까지를 고려한다면 고무차륜AGT가 적합하지 않을까.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이라면 더욱 좋고. 단, 제품의 성능이 외국제품에 비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전제가 붙는다.

상식처럼 통하는 통념이지만 잘못된 부분도 있다. 경전철이 들어오고 나면 중전철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도시 규모가 커지고 외부와의 소통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교통수단이 필요하게 되고 그때 중전철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전철과 경전철이 혼용되는 도쿄나 런던, 파리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