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박하게 들리겠지만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퇴출되는게 순리죠.”
 박해진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이 단순한 명제야말로 30여년간 금융기관에서 모진 풍파를 겪으며 몸으로 체득한 귀결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박하게'라는 말머리에서 느껴지듯이 속마음은 그리 모질지 못했나 보다.

 “농협에서도 오랜 세월 근무해봤지만 지역신용보증재단이야말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는 마지막 보루죠. 이곳에서 마저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사채시장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상담은 더없이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하더라도 보증심사만큼은 엄격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업무의 특성이 한편으로 가슴아프다고 한다.
 경기신보는 지난해 1만1천740개 업체에 5천904억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함으로써 전년 대비 '57.9% 증가'라는 획기적인 성과를 일궜다. 특히 보증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위변제율은 오히려 3.9%p 낮춰 보증확대에 따른 사고증가 우려를 불식시켰다.

 철저한 보증심사와 사후평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박 이사장은 “만약 정치적 논리를 쫓아, 혹은 여러 이해관계에 밀려 성장가능성이 희박한 업체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보증이 나갔다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겠느냐”면서 “한계기업의 퇴출을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이 주 고객인 지역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서 이같은 발언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전혀 흔들림없이 소신을 펼쳐보였다.

 퇴출돼야할 경쟁력 없는 기업이 공적자금의 지원에 기대어 생존하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우량 기업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일관된 논리였다.
 박 이사장은 “그렇다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고객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경기신보의 경영철학이 '찾아가는 보증서비스'라는 데서 알수 있듯이 전직원이 항상 자세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신보의 최대 장점이자 자랑이 바로 '찾아가는 보증서비스'라는 것이다.
 은행대출의 관문을 틀어쥐고 있는 신용보증재단의 입장에서도 볼때 아쉬운 쪽은 대출이 급한 기업이다. 그 역학구도로 기존의 신용보증기관들이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신보는 이런 관행을 '찾아가는 보증서비스'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하나씩 깨 나가고 있다.

 “직접 생산현장에 가보면 알 수 있죠. 이 회사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에 맞는 최선의 처방이 무엇인지.”
 박 이사장이 다리품을 팔며 생산현장을 순회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박 이사장은 “찾아가는 보증서비스를 통해 우리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경기신보야말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