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인 양동석(18·가명)군은 며칠전 영어학원 수강 신청을 하다 부모란에 성(姓)이 다른 아버지 이름을 적자 친구가 왜 아버지 성과 다르냐는 질문을 받고 난처했던 기억이 있다.

양군은 어머니가 지난 2000년 아버지와 이혼하고 2003년 박모씨와 재혼해 현재 박씨가 데리고 온 여동생 등과 4명이 살고 있다. 양군의 가족은 다른 가정과는 다를게 없지만, 학교의 가정환경조사나 학원 등록할 때는 부모의 성이 달라 모든 가족의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러나 내년 1월1일부터 양군의 이런 고민이 사라지게 됐다. 자녀가 어머니나 새 아버지의 성을 사용할 수 있고 혼인이나 이혼, 입양 등 인적사항을 모두 나타내는 호적 대신 생년월일 등 가족관계를 특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만 담는 '가족관계등록부'가 발급되기 때문. 내년부터 시행하게되는 '가족관계 등록부'에 대해 알아보자.


▲시행배경
▲ 가족관계 등록부
대법원은 지난 4월 호주제 폐지에 따른 호적법 대체법으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내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호적을 대신할 가족관계등록부 개념을 도입했다. 이 방안은 작성 기준을 호주에서 개인으로 바꿔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평등 등의 헌법 이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자녀가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라야 한다'는 민법 조항에 대해서는 이미 2005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온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 및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된지 2년여만에 가(家) 중심의 호주제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가 확정돼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헌법 이념을 구체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가족관계등록부의 구성과 내용
새로운 가족관계등록부는 기존 호적부와 달리 호적상의 호주와 가족을 각 개인별로 나눠 한 사람마다 하나의 등록부를 갖는 것이 특징이고 목적에 따라 가족관계, 기본(신상 정보), 혼인관계, 입양관계, 친양자입양관계 등 다섯 가지로 증명서가 발급된다.

새 법에서는 본적 개념이 없어지고 부성(父姓)주의 원칙이 수정돼 자녀의 성(姓) 선택이 가능해지는 등 가(家) 중심의 호적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이 법에 따르면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단위로 호적을 편제하던 방식을 개인별로 등록기준지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로 편제하게 된다.

가족관계등록부는 현행 전산호적 내용을 기초로 작성돼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으나 내년부터 태어난 사람은 기존 호적이 없으므로 출생신고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작성하게 된다.

가족관계등록부는 증명 대상에 따라 가족관계 증명서(부모·배우자·자녀), 기본 증명서(본인 출생·사망), 혼인관계 증명서(혼인·이혼), 입양관계 증명서(양부모 또는 양자), 친양자입양관계 증명서(친·양부모 또는 친양자) 등 5종류가 발급된다.

가족관계증명서에 나타나는 가족 사항은 호적등본과 달리 본인의 부모, 배우자와 자녀 3대(代)에 국한되고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가족관계 특정에 필요한 사항으로 한정된다.


▲법 시행의 역사적·사회적 의의
가족관계등록부는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가족제도의 절차법으로 부성주의 원칙의 수정, 성(姓)변경, 친양자 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차질없이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또 그동안 자치단체 사무였던 호적사무가 국가사무화 되면서 대법원이 관장기관이 되고, 국가가 등록사무비용을 부담하게돼 자치단체의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 가족관계 등록부 Q & A

Q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족관계등록부는 현행 호적과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특징이 있는가?
A 현행 호적은 호주와 그 가족들로 구성돼 있고, 그 가족들의 신분에 관한 모든 사항이 기재돼 있다. 가족관계 등록부는 호적상의 호주 및 가족들을 각 개인별로 나누고, 한 사람마다 하나의 등록부가 작성된다.

Q 가족관계등록부는 무엇을 기초로 만들어지는가?
A 가족관계등록부는 현행 전산호적에 기재돼 있는 신분사항에 관한 기재 내용을 기초로 작성된다. 따라서, 현재 호적이 작성돼 있는 모든 사람은 별도로 신고할 필요없이 전산시스템에 의해 작성한다. 다만 2008년1월1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호적이 없으므로 출생신고에 의해 가족관계등록부가 새로 작성된다.

Q 만약, 2007년12월31일에 태어난 사람에 대해, 호적이 폐지되는 2008년 1월1일에 출생신고를 하면, 호적에 기재됨이 없이 바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게 되나?
A 그렇다. 출생신고시를 기준으로 하므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해야 한다.

Q 내년부터 본적이 없어지나?
A 그렇다. 가족들은 모두 호주의 본적을 따라야 하는 현행 호적과는 달리 새로운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등록하고 싶은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등록기준지 제도가 시행돼 본적 제도는 없어진다. 또 등록기준지는 개인별로 정해지므로 같은 가족이라도 등록기준지를 달리할 수 있고, 그 변경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Q 가족관계등록부의 등록기준지는 누가 정하나? 신고지, 현재지, 주소지 등과 같이 신고인이 임의로 정할 수 있나?
A 신고인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 현재 호적이 있는 사람의 최초 등록기준지는 그 호적의 본적지가 되지만 등록기준지를 아무런 제한없이 변경할 수 있다. 참고로 내년 1월1일 이후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신고인이 임의로 등록기준지를 정하거나 부 또는 모의 등록기준지로 정해 신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