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지도자로 방향을 급선회한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허정무(52)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인선 작업을 벌여온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6일 밤 늦게까지 시내 모처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국내 지도자들을 대상자로 마라톤 협의를 한 결과 내년 2월 시작되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부터 대표팀을 지휘할 새 사령탑에 허정무 감독을 선임하자는데 의견을 결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허정무 감독과 김학범 성남 일화 감독, 장외룡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 등을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을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무 감독은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아직 협회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없다. 내년까지 전남 구단에 매여있는 몸이라 설사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더라도 구단과 먼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은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할 임무다. 대충 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기술위원회가 의견을 모았다 하더라도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원들은 6일 오후 외국인 지도자 중 유일한 후보로 남아있던 제라르 울리에 프랑스축구협회 기술이사가 가족 반대 등을 이유로 한국행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긴급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프로축구 K-리그 현직 사령탑을 맡고 있는 국내파 감독들로 후보군이 압축됐고 허정무, 김학범, 장외룡, 차범근 감독 등이 대상에 올랐다.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스틸러스 감독도 말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국내 지도자를 선임한다는 입장을 굳힘에 따라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술위는 지도 경력과 선수 파악 정도, 국제축구 흐름에 대한 분석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고 특히 월드컵 예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점에 비춰 선수단 장악능력과 이해도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앉게 되면 7년 만에 국가대표팀의 국내파 감독 시대를 열게 된다.

   1998년 10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대표팀을 맡았던 허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까지 마지막 국내파 지도자로 감독직을 수행했다.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감독 체제를 거치면서 김호곤(현 대한축구협회 전무), 박성화(현 올림픽대표팀 감독) 감독대행 체제로 잠시 운영된 적이 있지만 정식 감독으로 국내파가 선임되는 것은 7년 만이다.

   1974∼1986년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허정무 감독은 1989년 월드컵대표팀 트레이너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포항 아톰즈 코치와 감독, 전남 드래곤즈 감독, 올림픽대표팀 감독, KBS 해설위원 등을 지냈다.

   2005년부터 두 번째 전남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올해 FA컵에서 파리아스 감독의 포항을 물리치고 전남을 2년 연속 정상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