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2천년 이상 교류를 지속하다 반세기동안 '의절'하고 살았던 한국과 중국이 관계를 회복한지 15년이 지났다.

   한국과 중국은 올해 수교 15주년을 맞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서울과 베이징(北京)에서 번갈아가며 숱한 기념 행사를 치렀다.

   공식적으로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한국 방문을 맞아 지난 4월10일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 개막식'으로 시작돼, 10일 한덕수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중국 베이징 톈차오(天橋)극장에서 열리는 '한중 교류의 해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올 한해 내내 지속됐던 한중 수교 15주년의 열기를 더듬어 보면 한중간 수교 회복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15년간의 각종 상황 변화와 통계 수치가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우선 외교분야에서 두드러진다. 8.15해방과 6.25를 거치면서 미국 일변도였던 한국 외교정책은 한중 수교 15년만에 과거 적대국이었던 중국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인상마저 나올 정도로 균형감각을 찾고 있다.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을 보면 한국과 중국이 불과 반세기 전 총부리를 맞대고 싸웠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호흡이 잘 맞고 있다. 다른 국제 및 외교 문제에서도 한중간의 협력 관계는 모범 사례로 꼽힐 정도다.

   다만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이 '대국'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친 '콤플렉스성 주눅' 때문에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챙길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소국' 외교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감추기 어렵다.

   경제분야를 보면 한중 수교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이 돌파구가 없었더라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1992년 수교 당시 50억달러에 불과했던 한중간 연간 교역액은 지난해 1천343억달러로 수교 당시에 비해 27배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한미 교역액의 두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는 미국과 일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미간 교역액은 768억달러에 불과했으며 한일간 교역액도 785억달러에 그쳤다.

   올 들어 10월말 현재 한중 교역액은 1천297억달러에 달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올해 한국과 중국의 교역액은 1천500억달러를 돌파, 한미, 한일간 교역액을 합한 것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적 교류다. 수교 당시 13만명에 불과했던 인적 교류는 지난해 480만명으로 36배나 증가했다. 이중 390만명은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하루 평균 1만1천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80만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현재 매주 800여편의 항공편이 한국의 6개 도시와 중국 30여개 도시를 왕래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매주 200편에 그치고 있다.

   수교 15년째로 접어든 한국과 중국이 심리적으로, 감성적으로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은 다름 아닌 '한류(韓流)'라는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토록 가까이 자리하고 있어도 남처럼 지낸 반세기의 세월을 지낸 것을 벌충이라도 하듯 수교가 이뤄진지 몇년만에 중국에 소개된 한국의 대중문화는 도도한 흐름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1996년 한국의 TV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첫 장을 연 한국 대중문화 열풍은 2000년부터는 한류라는 용어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드라마, 가요,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 뿐 아니라 패션, 김치, 고추장, 라면, 가전제품 등 한국 제품의 이상 선호현상까지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 15주년만에 여러 방면에서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급속히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군사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핵문제 해결 등을 위해 중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양국은 정치체제나 사회체제가 다르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이 잘 살게 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을 얕잡아보던 예전의 '대국 근성'의 유령이 재등장하지 않나 하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이에 대한 해답은 자명하다. 다 '나하기 나름'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러 분야에서 중국에 비교 우위를 차지해야만 비로소 한중 관계를 동등한 차원에서 더욱 발전시키면서 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