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후보단일화의 향배와 부동층, 투표율, 수도권 충청 표심, BBK 검찰 발표에 따른 여진 등 핵심 5대 변수에 따라 판세가 갈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단일화
올 대선전의 막판 지형을 뒤흔들 최대 변수로는 단연 후보단일화가 꼽힌다. 독주체제를 구가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맞서 이른바 '반(反)이명박 진영'이 어떤 연대의 틀을 구축해내느냐가 핵심 포인트다.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에도 불구,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3자 간 또는 양자 간 단일화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3자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봐야 이명박 후보(40~45% 안팎)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20%대 중반이지만 전통적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흡수에 미치는 상징적 효과가 자못 크다. BBK의 뇌관이 제거된 현재로서는 범여권이 유일하게 기대를 거는 승부수 중 하나다. 하지만 협상의 전도는 극도로 불투명해 보인다.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경쟁에다 총선까지 의식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협상은 제대로 시작조차 못한 채 좌초 위기를 맞은 형국이다.
보수진영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일말의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BBK 수사발표 이후 '스페어 후보론'이 힘을 잃으면서 이회창 후보가 중도포기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지만 이 후보의 신당 창당 발언이 나오면서 완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층 향배
남은 나흘간 부동층은 어느 후보로 마음을 정할 것인가. 최근 경인일보 여론조사 결과, 검찰의 BBK 수사발표 이후 부동층은 다시 줄어들고 있다. BBK 관련 잇단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부동층은 한때 15~20%대 중반, 심지어 일부 조사에서는 30%대까지 불어나기도 했으나 BBK 수사발표 이후인 지난 11일 실시된 경인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는 부동층이 9.4%에 불과했으며, 지난 6일 조선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는 13.2%,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16.0%의 비율을 각각 보였다. 현재 부동층이 10~15% 안팎이라고 보면 이는 여전히 무시 못할 수치로 각 후보 진영 역시 남은 나흘간 부동층 흡수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전략 중 하나일 것이다.
▲투표율
오는 19일 실시될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사상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역대 대선 투표율은 국민의 직접투표가 부활된 1987년 13대 대선 때 89.2%를 기록해 가장 높았으며 이후 1992년 14대 81.9%, 1997년 15대 80.7%, 2002년 16대 70.8%로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형성되는 바람에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졌다는 점을 투표율 저하의 공통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유권자 숫자는 2002년보다 270만명가량 늘었지만 지난달 28일 마감된 부재자투표 신청자 수는 오히려 2002년보다 5만6천여명 줄었다. 별다른 돌출변수가 없는 한 투표율에 상관없이 현재의 '이명박 대세론'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하지만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후보별 유불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수도권·충청표심
역대 대선에서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과 충청표심의 향배에 따라 대세가 갈렸다. 대선주자들이 BBK 검찰수사 발표와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 등으로 잠정 중단했던 지방 방문을 재개하면서 충청 수도권 등 중원 도모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충청 맹주였던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지원을,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JP의 '후계자'격이던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로부터 단일화 선언을 이끌어내고 최후의 '중원혈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중원지역인 충청 및 수도권 표심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예전의 선거처럼 후보 구도가 이념적으론 보수와 진보 색채를 띠고 있지만 지역적으론 영·호남으로 양분돼 있기 때문에 중간지대인 충청과 수도권 표심의 향배가 대세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BBK 검찰수사 발표 여진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BBK 사건'은 지난 5일 검찰 수사발표로 일단 외견상으로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그 여진이 어디까지 미칠지를 놓고 정치권의 관심은 소멸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김경준씨의 단독범행으로 규정,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그간의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 대세론을 한층 굳히게 된 모양새이지만 선거판이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일견 'BBK 뇌관'은 제거됐으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이 검찰 수사결과에 반기를 들면서 반이명박 전선을 구축하고 있고, 특히 정 후보는 수사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확연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수사결과를 둘러싼 정치권의 '진실 공방'은 막판까지 대선판을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BBK 사건'을 지지율 반등을 위한 최대 승부처로 보고 BBK 의혹 규명에 올인해 온 신당은 검찰 발표를 '정치검찰의 면죄부 수사'로 규정하고 총력전에 들어갔고, 이회창 후보도 "이명박 후보의 의혹 사건은 끝나지 않은 미결상태다.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고 공격하는 등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쟁점화하고 있다. 결국 검찰발표로 상당부분 동력을 잃게 된 'BBK 불씨'가 되살아날지는 검찰발표에 대한 '역풍'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